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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내 이름은 캄브론이야. 내 항복 이야기 들어볼래 ?

by nasica-old 2008.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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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친위대인 Old Guards는 나폴레옹의 아끼고 아꼈던 정예부대였고, 또 그들도 나폴레옹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쳤습니다.  그러했던 그들이, 나폴레옹 패망 이후 부르봉 왕가에게 충성을 바치며 얌전히 살았을까요 ?   절대 아닙니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 즉 미국의 루이지애나로 단체 이민을 떠났습니다. 

 

Hornblower in the West Indies by C.S. Forester  (배경: 1821년 카리브해) -----

 

"전쟁이 끝난 뒤, 보나파르트의 옛 근위대는 상호공제회를 조직했습니다.  1816년에 그들은 식민지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지요. 자작님께서도 그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보셨으리라 믿습니다만 ?"

 

"거의 들은 바 없소."  혼블로워가 대답했다.

 

"그들은 미국에 와서 멕시코의 영토인 텍사스 (당시는 텍사스는 아직 멕시코 땅이었죠: 역주) 중, 이곳 루이지애나에 인접한 해안지방을 점거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들어보았소. 하지만 그게 내가 아는 전부요."

 

"처음에는 쉬웠습니다.  당시 멕시코는 스페인에 대한 반란으로 어지러운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들에게 반항하는 세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 근위대 병사들이 그다지 솜씨있는 농부가 되리라고는 상상이 잘 안되지 않습니까 ?  게다가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이 황량한 개펄 지대인, 전염병이 가득한 해안 지대에서 말입니다."

 

"그 프로젝트는 실패했소 ?"

 

"자작님께서 생각하시는대로입니다.  절반정도는 말라리아와 황열병으로 죽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글자그대로 그냥 굶었지요.  캄브론은 프랑스에서 그 생존자들을 고향으로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총 5백여명 정도지요.  자작님께서도 짐작하시겠지만, 원래 미국 정부는 이 식민 계획을 아주 불편하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멕시코의 반란 정부도 이젠 꽤 강력해져서, 멕시코 해안가에 훈련된 병사들 수백명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에 대해 예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정도고요.  아무리 그들의 의도가 평화로운 것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자작님께서도 캄브론의 이야기가 정말 사실이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렇소."

 

노예선으로 장비가 갖춰진 800톤 짜리 범선이면, 500명의 병사들을 태우고 오랜 기간 항해를 할 수 있었다.

 

"캄브론은 배에 주로 쌀과 물을 싣고 있습니다.  주로 노예에게 먹이는 음식이지요, 자작님.  하지만 캄브론의 목적에 최적인 식품입니다."

 

노예 무역선은 배에 뺵뺵히 태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산 채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일가견이 있었다.

 

"캄브론이 그들을 프랑스로 데려간다면 그를 방해할 이유는 없소." 혼블로워는 말했다.  "사실 그 정반대로 도와줘야겠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자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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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 등장한, 루이지애나 해안을 점거하고 식민지를 만드려고 했던 나폴레옹의 옛 근위대 병사들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전에 언급한 대로, 루이지애나에는 나폴레옹의 옛 부하들이 많이 이주해 살았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나폴레옹 시라는 도시도 만들었고요.

 

게다가 저 위에 언급된 캄브론(Cambronne)이라는 프랑스인도 역사적 실존 인물입니다.  아주 유명한 인물입니다.  단, 그가 정말 저 위 소설 속에 나온대로, 루이지애나의 나폴레옹 부하들을 빼내서, 세인트 헬레나 섬의 나폴레옹을 다시 한번 황위에 앉히려고 했다는 사실은 역사적 허구입니다. 

 

저 피에르 캄브론이라는 사람이 유명한 이유는, 혼블로워 시리즈에 등장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바로 워털루 전투에서 했다는 유명한 말 때문입니다. 

 

이 양반은 원래 나폴레옹을 따라 여러 전투에서 활약해서, 한번은 France의 제1 척탄병이라는 직위에도 올랐었고, 1810년 예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워 대령이 된 뒤, 나중에는 나폴레옹 근위대의 Voltigeur 연대장까지 올라갑니다.  이 Voltigeur라는 것은, 프랑스어로 뜀뛰기 선수 정도의 뜻인데, 영국군의 경보병, 그러니까 유격병을 뜻하는 말입니다.  당시 보병 부대들이 뺵뺵한 사람의 벽을 만들어 전진하고 싸웠던 것에 비해, 이들은 그 전투 대열 훨씬 앞에 서서, 주로 2인1조로 활동하면서 적의 전투 대열을 흩어놓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튼 이 양반은 나폴레옹이 엘바섬으로 귀양갈 때도 그를 따라갔고, 엘바섬에서 그의 얼마안되는 호위병 지휘관으로 있었습니다.  당연히 나폴레옹의 백일 천하 때 큰 활약을 했고, 워털루 전투에서는 나폴레옹 근위대와 함께 마지막까지 저항을 했습니다.  이때가 바로 이 분이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순간입니다.  모든 전투가 사실상 끝나고, 부상당한 몸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 캄브론 공작에게, 영국군 장교가 항복하기를 권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La garde meurt mais ne se rend pas!"  (근위대는 죽을 뿐,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

 

이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  맥아더 원수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의 원본이라는 생각 들지 않으세요 ?  아무튼 당시 사람들은 이 용감한 발언에 크게 감동받았고 아주 유명한 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 말은, 당시 전투 현장에 있던 루즈망(Rougement) 이라는 신문기자가 이 말을 기사화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말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 말은 캄브론의 사후, 낭뜨에 세워진 그의 동상에도 세겨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캄브론 본인은, 자기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꾸준히 부정했다고 합니다.  자기는 그렇게 항복 권유를 받았을 때, 그냥 딱 한마디 했다는 겁니다.  이렇게요.

 

"Merde !"  (한국어로는 좀 그렇고, 영어로는 정확하게 번역되는 단어입니다.  Shit 이지요.)

 

캄브론이 이렇게 자신은 막말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 자체도 굉장히 유명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 버전의 발언이 둘 다 유명해졌습니다.  나중에는 똥.덩.어.리.를  표현할 때도 "캄브론 덩어리" 라고 말하는 것이 점잖은 표현이 될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리고 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저 위에 나오는 쌀입니다. 

 

위 소설에서는, 쌀을 slave ration이라고, 노예들이 먹는 식량이라고 써놓았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쌀이야 말로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찬 곳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우수한 식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 노예선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는 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흑인을 노예로 썼을까 ?   ( http://blog.daum.net/nasica/6862324 )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세계 인구 중 57% 가량이 아시아에 살지요 ?  그 중에서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태국 등등이 인구 밀집 지역입니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  바로 쌀이 주식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가 꼭 쌀이 주식은 아니지요... 하지만 걍 넘어 갑시다...)  왜 그럴까요 ?  저도 미국애들과 이야기를 하다, 그냥 저 혼자 근거도 없이 '쌀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을 한 적이 있긴 합니다. 

 

내친 김에 정말 조사를 해보니까, 확실히 쌀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일반적으로 더 우수하기는 한데, 국가별로 차이는 꽤 있네요.  그래도 일단 중국이나 미국같이 큰 나라들을 보면, 확실히 쌀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밀보다 2배는 더 많습니다.  

 

 


 

 


 

그런데, 저 표를 보니, 우리 농부 아저씨들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중국이나 미국보다 더 떨어지네요... 흠...  우라나라 기후가 쌀 농사에는 적절치도 않고, 또 평야가 적어서 그런가 봅니다.  전반적으로 선진국일 수록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높긴 하군요.  확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이집트...  밀이든 쌀이든 그냥 뿌리기만 하면 쑥쑥 자라나봐요.  역시 나일강의 선물이라는 말이 명불허전이네요.

 

아래 표를 보면, 밀로 만든 파스타와 쌀밥의 영양소를 비교해놓았습니다.  쌀밥의 무게가 두배나 되는 것에 비해, 칼로리는 절반이지요.  (아마 수분에서 차이가 나는 듯...)  그래서 살빼고 싶으면 밀가루 먹지 말고 쌀밥을 먹으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때 먹는 쌀밥은 반드시 현미를 드셔야 할 겁니다.  저 아래 영양소 표를 보면, 밀에 비해서 쌀이 좀 부족한 것이, 바로 단백질 함량입니다.  일제시대 때는, 부족한 쌀을 수탈하기 위해 저 표를 근거로 낚시질을 해서 '쌀을 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하므로 밀을 먹으라'고 분식을 장려했다지요 ?  (유신시대 때 이야기던가 ?) 

 

Serving size Calories Fat Calories Carbs (g) Fiber (g) Protein (g)
2 ounces (uncooked) Whole Wheat Linguine 180 15 35 7 8
4 ounces cooked long grain rice 170 4 38 3 3

 

 

저 위 소설에서 인용된 쌀은 우리가 먹는 형태의 쌀이 아니고, 흔히 안남미라고 부르는, 길쭉하고 끈기가 없는 쌀입니다.  여러분 중에 그런 쌀 드셔보신 분 있으십니까 ?  전 카투사 때 먹어보았습니다.  미군 부대에서 처음 먹은 식사가 바로 creamed ground beef와 steamed rice 였습니다.  그 첫 맛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한마디로 하면 황당했습니다.  일단 씹으면... 쌀알의 절반은 그냥 물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쌀의 그 특유의 고소한(?) 맛이 거의 없이, 허전한 맛이었습니다.  물론 서로 뭉쳐지지도 않고요.  미국 애들은 쌀밥 알갱이가 서로 달라붙지 않아야 '깔끔하다'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다 안남미만 경작하는 건 아니고, 캘리포니아 지방에서는 calrose라고, 우리가 먹는 것과 비슷한 쌀을 재배합니다.  이 캘로즈는 미군부대를 통해 불법 반출되어 한때 우리 사회의 미제 선호주의에 대해 지탄이 되기도 했지요.  사실 미국 애들도 이런 종류의 쌀을 요즘은 꽤 먹는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먹는 형태는 불행히도, 일본식 초밥이나 캘리포니아롤 형태입니다.  97년도였나... 제가 보스톤에 출장갔을 때 들린 편의점에서 본 광경인데요, 근처 공사판에서 일하던 백인 아저씨들이 점심으로 먹을 것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왔는데, 몇몇은 우리나라 삼각김밥처럼 비닐포장된 초밥을 사는 것을 보고 좀 놀랐었습니다.   그 외에도, 미국식 중국요리에 나오는 쌀밥은 우리가 먹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쌀밥이 나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북부는 쌀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에, 리조또 같은 쌀요리를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스페인에서도 쌀을 많이 먹는다고 하지요 ?

 

전 평소에 한국 음식 중에 맥도날드처럼 세계적으로 히트칠 만한 패스트푸드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없을까 궁리를 했었는데, 김밥이 어떨까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미국애들은 김밥을 못먹는 애들이 많더라고요.  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애들도 있고, 가운데 들어간 단무지를 싫어하는 애들이 많더라구요. 꼬마 주먹밥은 어떨까 해요...  맛이 너무 심심할까요 ?

 

아, 쌀밥에 얽힌 가슴아픈 이야기 하나...  이란의 어느 가난한 집 초등학생이 공부를 못했대요.  그 어머니가 90점 이상을 맞으면 쌀밥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나봅니다.  맨날 감자만 먹던 아이는 쌀밥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결국 시험에서는 아슬아슬하게 90점에 못미치고 말았대요.  이 꼬마는 선생님에게 가서, 다음 시험에서 점수를 까도 좋으니 이번에 점수를 조금만 올려달라고 사정을 했답니다.  이상한 요구에 의아해하던 선생님은 그 쌀밥의 약속 이야기를 듣고는, 측은한 마음에, 점수를 올려주는 대신, 쌀과 고기를 약간 사서 그 아이의 어머니를 찾아가, 아이 성적이 많이 오른 것을 칭찬하고 쌀밥을 먹여주라고 부탁했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가난한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저녁 식탁에 쌀밥이 오른 것을 보고, 무슨 돈으로 쌀밥을 샀냐고 어머니를 다그쳤습니다.  사정 이야기를 들은 자존심 강한 아버지는 화가 나서, 혁대로 아이를 매질했습니다.  그런데 이 무지막지한 아버지는 벨트의 쇠부분을 아이에게 휘둘렀나봐요.  그 쇠로 된 부분이 아이의 관자놀이를 강타하여 아이가 그만...  결국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가고, 그 어머니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그 아이의 동생들을 데리고 도망을 쳤다고 합니다.  몇년전인가 라디오 칼럼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쌀밥이 많아서, 그 아이가 많이 먹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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