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언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범죄 스릴러 영화 Jack Reacher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There are four types of people who join the military. For some, it's family trade. Others are patriots, eager to serve. Next you have those who just need a job. Then there's the kind who want the legal means of killing other people."
(군에 자원입대하는 사람에는 4가지 종류가 있어요. (1)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게 가문 대대의 직업이지요. (2) 다른 사람들은 국가에 봉사하려고 안달이 난 애국자들이에요. (3) 다음으로는 그냥 직업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지요. (4)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죽일 합법적인 방법을 찾는 인간들이 있어요.)
저는 카투사로 군 복무를 했기 떄문에 미군 애들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실제 미군들의 대부분은 (3)번입니다. 덧붙인다면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입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특히 흥미를 느낀 것은 (1)번, 즉 그냥 가문 대대로 군에서 복무하는 경우입니다. 정말 그런 경우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래의 reddit link를 보면 징병제가 아닌 미국에서 군에 입대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저렇게 4가지 종류로 분류가 되느냐에 대해서 나름 재미있는 토론들이 오가는 것을 보실 수 있는데, 그 중에 (1)번 경우에 대해 설명이 있었습니다.
https://m.reddit.com/r/Military/comments/31h8g9/agree_or_disagree_with_this_film_quote_there_are/
If you lump "want money, education, training, travel, benefits" into "those who need a job", that category makes up 90% of the military. True patriots are very rare, and for most people the "family tradition" is merely that they saw how well it worked out for their family and really fall into the "git munny" category.
만약 "돈과 교육, 훈련, 여행, 복지혜택"을 그냥 "직업이 필요" 카테고리로 묶는다면 그게 90%를 차지할 거야. 진짜 애국자는 아주 드물어. 대부분의 경우 '가문의 전통'이라는 건 그냥 가족 중에 직업 군인이 있는데 그게 가족을 위한 직업으로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고 자란 걸 뜻하는 거야. 실제로는 "git munny"에 속하지. ("git munny"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겠군요. 그냥 get money를 이렇게 쓴 건가?)
미군의 경우 급여나 복지 혜택면에서 나쁜 편이 아니라서 실제로 할 만한 직업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사병으로 복무하는 것이 대를 이어 할 정도까지 좋은 직업까지는 아닐 것 같긴 한데, 장교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리나라 직업 장교의 경우 뭐 그렇게까지 급여 수준이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미군의 경우 장교는 이런저런 혜택을 빼고도 급여 수준 자체가 상당히 좋은 모양입니다. 졸업생의 평균 급여가 높은 대학을 뽑을 때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상위권에 랭킹되더라고요.
(source : http://www.payscale.com/college-salary-report/bachelors#fullText 해군 사관학교가 하바드와 공동 3위, 육군 사관학교는 10위, 공군은 15위입니다.)
실제로 미국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동부 명문대 못지 않게 매우 높습니다. 동부 명문대들은 등록금이 엄청나게 비싼 반면 사관학교들은 공짜인데다 오히려 국가에서 용돈까지 받지요. 게다가 거길 졸업하면 취직 걱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20년 이상 복무하면 죽을 때까지 짭짤한 연금이 나오니 직업으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장교가 사회적으로 꽤 괜찮은 직업이라는 것은 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 '사관과 신사'에서도 나왔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제가 대학 입학할 때도 사관학교 인기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취업난이 겹쳐서 그런지 사관학교 입학은 연고대 수준 성적이 나와야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사정이 이러하니, 부모 중 하나가 사관학교 출신 장교라면 그 자식도 사관학교에 보내려는 가정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작년 여름에 애를 데리고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갔을 때, 공군 사관학교를 방문한 것은 저희 부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제 고등학교 때 꿈이 해군 사관학교였고, 우리 와이프 꿈은 (다소 엉뚱하게도) NASA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이었거든요. 꼭 우리 부부처럼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아이를 가진 부모가 아니더라도,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가 바로 이 공군 사관학교라고 합니다. 연간 약 1백만명이 방문한다고 하네요.
영국이나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른 이후 곧 공군을 창설한 것에 비해, 미국은 육군과 해군의 전통이 너무 강해서 그냥 계속 육군 및 해군 항공대로 계속 남아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인 1947년에야 공군이 창설되었습니다. 따라서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가진 West Point 육군 사관학교나 Annapolis 해군 사관학교와는 달리, 공군 사관학교는 1954년에야 개교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육해군 사관학교 졸업생중 25%씩이 육해군이 아닌 공군에서 임관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었답니다. 그러다보니 교정 건물 등이 비교적 현대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건물이 생도 교회로서, 이건 정말 초현대적인 감각을 자랑합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아래 사진 구경 하시지요.
입구에서는 간단한 신분증 검사와 '총이나 마약 있냐'라는 질문을 받은 뒤 (입장료 없이) 통과합니다. 정문에서 방문자 센터까지는 한 10분 정도 운전해들어가야 하는데, 가다보면 B-52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실망스럽겠지만, 모형입니다.
사관학교 내 약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학교 전경입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곳이 전부가 다 아니고 전체는 훠어어얼씬 넓습니다. 이 사진 속에 보이는 곳에만도, 축구장이 한 4~5개가 있더군요.
방문자 센터는 저희같은 관광객 뿐만 아니라, 여기 입학한 생도들의 가족, 그리고 입학을 원하는 자녀를 둔 미국 부모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당연히 '여기 입학하려면 이 정도 요건을 갖춰야 해요' 라는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입학 생도들은 고등학교에서 회장/부회장을 한 사람이 18%, 성적이 상위 10% 이내인 사람이 52%, 운동으로 상을 받은 사람이 80%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 입학한 생도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방의 실물 모형입니다. 1인 2실이네요. 기타 생도들이 1~4학년 동안 무엇을 배우고 어떤 훈련을 받는지 등등에 대해 상세한 안내문이 나와 있습니다.
방문자 센터를 나오면 사관 학교 내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Cadet Chapel, 즉 생도 교회가 보입니다. 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무슨 탑처럼 생긴 삼각형 구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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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뭔 건물인지 모르겠어요. 넓은 사관학교 교내를 다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고, off limits로 되어 있는 곳이 전체의 60% 정도 되는 것 같더군요. 저희는 시간도 많지 않고, 또 괜히 싸돌아다니다 영창에 갇힐까봐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이 건물이 Cadet Chapel입니다. 저 건물 외벽은 항공기용 알루미늄 합금, 즉 듀랄루민으로 되어 있습니다. 건축 당시엔 교회 디자인이 저게 뭐냐라고 반발도 심했다는데, 지금은 미국 건축의 한획을 그은 걸작으로 인정받는다고 합니다. 저는 무척 마음에 들던데요.
저 전광판에는 무슬림 예배는 금요일 12시 30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이 건물은 개신교, 천주교 뿐만 아니라 불교와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교까지 총 5개 종교를 다 수용하는 예배당입니다. 그래도 가장 좋은 2층은 역시 개신교가 차지하고 있고, 다소 답답한 1층은 천주교가, 그리고 지하에 작은 예배당 2개를 불교와 유대교가 각각 하나씩 차지합니다.
여기가 1층 천주교 자리입니다.
여기가 2층 개신교 예배당입니다. 웅장한 천정을 보십시요.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한 자연 채광이 정말 멋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파이프 오르간인 모야입니다.
위가 유대교 사당이고, 아래는 불교 예배당입니다. 개신교 예배당을 나올 때, 입구 책상에 어떤 민간인 중년 여성이 앉아있고 그 앞에 헌금함이 놓여 있더군요. 와이프의 압력으로 헌금을 좀 넣었더니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 붙인 김에, '이슬람교 예배당도 이 건물에 있냐?' 라고 물으니, 그 여자 웃는 얼굴이 좀 변하면서 '이놈 봐라?' 하는 표정이 되더군요. 그러면서 'OK~'하는 말투로 '이슬람교 예배도 당연히 허락되고 존중된다, 다만 그 예배당은 외부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지하에 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좀... 편한 주제는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이더군요.
유대교 예배당 밖에 붙어있는 명패입니다. 이스라엘 국방부의 협찬으로 만들어졌다고 되어 있고, 특히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돌로 바닥재를 꾸몄다고 되어 있네요. 역시 미국 정부와 유대인 권력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봐요.
이 교회 건물이 건축 공학적으로 높게 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저 지붕 받침대 때문입니다. 몇 개인지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저렇게 지붕 구조물이 기둥으로 받쳐지는 것이 아니라 대지에 박힌 지지대와 금속제 볼트-너트로 이어져 있습니다.
건물 외부에서 본 지붕 지지대와 벽면의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이렇게 황동으로 만들어진 주요 전투기/폭격기 대형 모형들이 높은 장대 위에 전시된 곳이 있더군요. 와이프와 애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사진도 별로 못 찍고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막상 사진을 보니 의외로 별로 많이 건진 것이 없네요. 한가지 건진 것은 꼭 저 미 공군 사관학교 방문 때문은 아니겠지만, 우리 애가 공군 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겠다고 하더군요. 와이프도 저도 매우 기뻤습니다. 다만, 여전히 공부는 사관학교 갈 수 있을 정도로 잘 하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애가 (나중에 바뀌겠지만) 그래도 꿈이 생겼다는 것이 어디입니까 ? 2015년 미국 여행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이번주 주말에는 가족들과 1박 2일로 어디 놀러 가느라고 따로 글 올리지 않습니다. 다음주 또는 다다음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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