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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시대

머스켓에서 라이플로 -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소총

by nasica-old 2009.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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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은 총구로 장전하고 라이플 강선이 없는 구식 머스켓 소총으로부터, 금속제 탄피가 달린 연발소총까지 다양한 소총이 사용된 전쟁입니다. 

 

나폴레옹 시대의 머스켓 소총에 대해서는 머스켓 소총을 둘러싼 이야기  ( http://blog.daum.net/nasica/4768750 )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 전장식 라이플 소총

 

대부분의 보병은 여전히 전장식 머스켓 소총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는 라이플 강선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소총이 아래 그림의 1861년식 라이플 소총입니다.

 

 

 

 

나폴레옹 시대의 소총에 비해서 발달된 점은 3가지입니다. 

 

첫째, 총강에 라이플이 새겨져 있었으므로, 사정거리가 훨씬 길어졌습니다.  이는 부대 전술에도 적쟎은 영향을 끼쳤고, 총검으로 싸우는 전투가 나폴레옹 시대에 비해 훨씬 적어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폴레옹 시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사상자 숫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사실 라이플 소총은 나폴레옹 시대에도 존재했었고, 영국군은 라이플 소총부대를 따로 운용할 정도였습니다만, 그리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았었습니다.  특히 나폴레옹은 라이플 소총을 '아녀자들이 사냥할 때나 쓰는 총'이라고 경멸했다고 하지요.  그 이유는 활강총신의 머스켓 소총에 비해 느린 장전 속도였습니다.  즉, 라이플 소총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총알과 총강 내의 라이플 강선이 꽉 물려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총강 구경과 완벽하게 딱 맞는 탄환을 대량 생산할 기술도 없었습니다.  또 만든다 하더라도, 그렇게 꽉 끼는 총알을 전장식 소총에 장전하려면 너무나 힘이 들었겠지요.  그래서, 탄환 구경이 총구 구경보다 약간 더 작아야 했습니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알을 얇은 가죽조각으로 둘러싼 다음 장전을 했습니다. 당연히 일반 머스켓 소총에 비해 장전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남북 전쟁 시대에는 어떻게 라이플 소총이 표준으로 채택되었을까요 ?  그 이유는 바로 다음에 말씀드립니다.

 

둘째, 미니에 탄환을 사용했습니다.  미니에(minie) 탄환은, 1840년대에 프랑스 육군 대위인 미니에가 발명한 것인데, 총알이 비로소 요즘같은 쐐기모양을 갖추었고, 납으로 된 총알 속에 철로 된 심이 들어있었습니다.  이 미니에 탄환이 준 잇점은 장전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즉, 얇은 가죽으로 탄환을 감싸서 장전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미니에 탄환은, 발사될 때 철로 된 심이 겉의 부드러운 납탄을 밀면서 총알이 약간 팽창하여 총강 내에 꽉 끼게 되어, 라이플 강선에 물리게 됩니다.  따라서, 가죽조각으로 총알을 둘러싸고, 또 그렇게되어 총알을 약실 깊숙히 밀어넣는데 시간과 힘이 많이 소모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철심을 박은 납탄은 제조도 어려웠고, 또 간혹 가다가 철심이 아예 납으로 된 본체를 뚫고 자기만 날아가버리고, 정작 납탄 본체는 총강에는 남아있는 상황까지도 발생하곤 했다고 합니다.

 

아래 보시는 그림은 초기의 '철심' 방식에서 좀더 진화된 스타일의 탄환입니다.  철심이 안들어간 대신, 원뿔형 총탄의 평평한 아래 부분에 오목한 공간을 만들어, 여기로 화약의 폭발 가스가 밀려들면서 부드러운 납으로 된 탄두를 약간 부풀게 만든 구조입니다. 

 

 

 

 

총알이 요즘 총알처럼 원뿔형으로 생겼다고 해서, 금속제 탄피를 가진 후장식 탄환은 아닙니다.  이런 미니에 탄환도 여전히 종이 탄약포에 싸인, 전장식 소총에 사용되었습니다.  아래 보시는 사진의 윗그림은 북군이 사용했던, 0.58 인치짜리 미니에 탄환 탄약포입니다.  화약은 여전히 흑색화약을 사용했고, 종이로 된 탄약포 한쪽 끝은 실로 묶여 있습니다.  장전할 때는, 총알이 든 반대편 끝의 종이를 물어 뜯어서 화약을 총구에 쏟아붇고, 이어서 총알을 종이 탄약포와 함께 밀어넣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시절의 구형 탄환이 든 탄약포는 입으로 탄환이 든 부분을 물어뜯어서 일단 입 안에 탄환이 들어갔다가 나중에 총구에 입으로 뱉어냈는데, 탄환이 미니에 방식의 원뿔형 탄환으로 바뀌면서는 그렇게 입으로 뱉어내면 총알의 앞뒤 구분이 잘 안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장전 방식이 변한 모양입니다.  아래 보시는 그림은 엔필드 소총의 탄약포인데, 원뿔형 탄환의 뾰족한 끝이, 요즘 탄환처럼 카트리지의 바깥쪽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차피 화약 먼저 따로 집어넣고, 탄환은 그 뒤에 손으로 집어넣었으니까 이렇게 만드는 것이 더 편했겠지요.

 

 


 

 

 

 

세째, 점화 방식이 flint-lock에서 percussion(충격)-lock으로 바뀌었습니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cock에 부싯돌이 달려있어서, 이것이 약실을 내리치면서 발생하는 불꽃으로, 약실에 따로 조금 넣어둔 뇌관화약이 터지면서 약실의 화약을 기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percussion-lock은, 얇은 구리판 속에 충격을 받으면 폭발하는 뇌산수은을 포장해두었다가, 이 구리판(percussion cap)을 약실에 끼우고, 방아쇠를 당기면 cock에 달린 해머가 이 구리판을 때려 약실의 화약을 기폭시킬 작은 불꽃을 일으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flint-lock에서처럼 따로 가루상태의 화약을 약실 바깥 쪽에 뇌관용으로 뿌릴 필요가 없어, 장전 속도도 향상되고 격한 운동시 뇌관화약이 흩어져 날아갈 위험도 적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비오는 날에도 격발될 확률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비오는 날엔 거의 소총 = 막대기였습니다.

 

 

 

 

2. 후장식 연발 소총

 

여기에는 금속제 탄피가 달린 현대적인 탄약이 사용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래 그림의 스펜서 연발 소총입니다.

 

 


 

그림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이건 기병용 카빈 소총입니다. 예, 맞습니다.  보병에게는 이런 연발총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몇가지 있는데, 다 안구에 습기차는 이유입니다.

 

첫째, 이런 소총의 생산은 무척 더뎠고, 양도 충분치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기병들에게 보급하기도 벅찼고, 남군의 경우엔 기병에게도 전장식, 단발 카빈 소총이 지급되었습니다. 

 

둘째, 이런 연발총은 당연히 발사 속도가 빨랐고, 전장식 소총이 1주일동안 발사할 탄약을 하룻만에 쏘아댔습니다.  전투에서야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탄약 보급 장교에게는 악몽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어차피 탄약 공장에서 그만한 양의 탄약을 공급 못해줄 바에야, 괜히 비싼 이런 연발총을 공급할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세째, 일부 부대, 특히 남군의 경우는 구식의 전장식 소총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유는 역시 탄약이었습니다.  당시 공장이 별로 없던 남부에서는, 총알을 그냥 동네 대장간에서 뚝딱 만들고, 탄피는 화약을 적당히 기름종이에 싸서 만들 수 있었던 구식 전장식 소총을 쓰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다 후방에서 병참 장교들이 하는 이야기였고, 전장에서는 연발총과 전장식 단발총의 격차는 너무나 뚜렸했습니다.  이런 7연발 스펜서 연발총으로 무장한 북군 기병대는, 남군이 접근하기 전에 먼저 일제 사격을 가해서 이쪽도 단발 소총을 가진 것 처럼 착각하게 만든 뒤, 남군이 가까이 오면 탄창에 남은 6발을 연속 사격해서 남군을 갈갈이 찢어놓는 전술을 써서 재미를 많이 봤다고 합니다.  남군은 이런 총을 사용하는 북군을 불공정하다며 비난했습니다.  "양키들은 일요일에 한번 장전을 해두고 재장전없이 일주일 내내 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남군에도 리볼버 권총을 비롯해서 연발총 공장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북군의 콜트(Colt)사에 비해서는 정말 새발의 피였습니다.  남군의 대표적인 리볼버 생산 공장인 그리스월드(Griswold)사의 공장은 직원이 24명이었는데, 그나마 그중 22명이 흑인노예였답니다.  2년 조금 넘는 기간에 이 공장에서 3600정의 리볼버를 만들었다니까, 한달에 150정 정도 만들었네요.  22명이 만든 것치고는 생각보다 많이 만들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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