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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쿠조, 캠벨 수프, 그리고 금융 위기

by nasica-old 200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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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jo by Stephen King (배경: 1980년대 미국) -------------------------------


도나는 메인주에서도 자격증을 얻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녀의 출신지인 뉴욕과 메인주는 상호혜택 관계를 맺고 있었으므로, 그저 신청서 양식을 채워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나서  장학사를 찾아가서 캐슬락 (메인주의 지방명) 고등학교 교사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건 웃기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휴대용 계산기로 돈 계산을 해보고는 그 생각을 집어치웠다.  그녀가 임시 교사직을 얻는다면 하루에 28달러를 받을 수 있겠지만, 대신 자동차 가솔린 값과 육아 도우미 비용도 거의 그만큼 들 것이 분명했다.


'난 전설적인 위대한 미국의 주부가 되겠어' 라고, 그녀는 작년 겨울 어느날 창문에 부딪히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우울하게 생각했었다.  집에 앉아서, 아들인 태드에게 프랑크 소시지와 콩 요리, 그리고 치즈 토스트 샌드위치와 캠벨 수프를 점심으로 먹이고, TV의 "As the World Turns"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리사와, "The Young and the Restless"에서 나오는 마이크로부터 인생을 배우는 거야.  그리고 가끔씩 "Wheel of fortune"을 보며 인생의 기쁨을 느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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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소설은 쿠조라는 미친개(진짜 미친 개입니다. 광견병에 걸린...)가 나오는 미스터리 소설 '쿠조'의 한 장면입니다.  이 소설은 결국 미친 개와 평범한 주부 도나의 대결을 그린 것인데, 도나는 소설 초반부에 지루한 일상 생활과, 일 밖에 모르는 남편으로 인해 외도를 하게 됩니다.  윗 장면은 원래 뉴욕에서 살던 도나가, 남편 직장으로 인해 비교적 촌동네인 캐슬락으로 이사오면서 삶이 지루해지는 것을 묘사한 것입니다.


"Wheel of fortune" 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저 시대부터 있었구나 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보다는 저 캠벨 수프 이야기를 보고 약간 놀랐습니다.


제가 왜 캠벨 수프 이야기를 보고 놀랐는가 하면, "아니, 쟤들은 그냥 집에서도 깡통 수프를 따먹나 ?"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어머니가 여러분에게 카레라고 해주시는데 오X기 3분 카레를 뎁혀주시는 거라면 좀 황당하지 않겠습니까 ?

 

 

 

 

여러분 댁에서 서양식 수프 만들어보신 일 있으십니까 ?  저는 어릴 때부터, 서양식 수프라는 음식에 대해 무척 신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대체 뭘 넣고 끓이면 저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국물이 나오는 것일까 하고요.  결국 알고보면 제가 먹었던 것은 다 오X기 크림 수프였지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우유를 넣고 만든 것'이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제 어린 생각에도 그냥 우유 넣고 끓인다고 그런 수프가 나오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해서, 그런 수프는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도통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본 책 중에 한권이, 말로의 '집없는 천사' 였습니다.  그 레미라는 소년이 나오는 동화 있쟎습니까.  그 책 초반부에, 레미의 착한 양어머니가 레미를 위해 수프를 끓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버터를 넣고 밀가루를 볶다가 우유를 붓고...'  라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어머니께서 외제 수프 깡통을 2개 얻어오셨습니다.  하나는 야채 수프, 다른 하나는 치킨 수프였는데, 없는 살림에 처음보는 외제 깡통이라서 온 식구가 무척 흥분하면서 따보았습니다.  근데, 그 맛이... 다들 처음에는 깡통이 상한 줄 알았어요.  야채 수프는 마치 김치찌게 같고, 치킨 수프는 맛이 이뭐병...

 

 

 


아무튼 수프는 제대로 끓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은 맞나봅니다.  재료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푸욱 삶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맞지요.  사실은 우리 전통 국도 오래 끓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원래부터 미국인들은 유럽인들과는 다르게, 식사를 빨리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19세기 말경 미국을 여행했던 많은 유럽인들은, 사람들이 식당에서 거의 입에 쑤셔 넣다시피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고 합니다.  특히 점심 식사도 1~2시간에 걸쳐 천천히 즐기며 먹던 프랑스인들이 보기에, 미국인들은 정말 '살기 위해 먹는' 인간들로 보였다고 합니다.  대신 먹기는 또 엄청 많이 먹었지요.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요.
 
미국인들처럼 빨리빨리 간편하게 사는 거 좋아하는 인간들이 수프를 끓여먹으려면 정말 고역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말 깡통제 수프만한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캠벨이라는 식품 회사는 일찍부터 깡통 수프 전문 회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특히 이 회사 연구원이 수분의 양을 반으로 줄인 농축 수프 깡통을 만든 다음부터 이 깡통 수프의 인기가 확 살아났다고 합니다.  이 농축 수프 깡통은 1900년 파리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는데, 그것을 기념하여 지금도 캠벨 수프 깡통의 표지에는 그 금메달의 이미지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캠벨 수프와 금융 위기는 무슨 상관이냐고요 ?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융 위기가 무시무시 하쟎습니까 ?  뉴스를 보다 보니 아래와 같은 기사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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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1 Billion Salary, Hello Campbell Soup

10억불짜리 연봉과의 작별, 캠벨 수프와의 만남

Posted Sep 30, 2008 01:42pm EDT by Henry Blodget in Investing, Newsmakers, Recession, Banking

Campbell Soup Co. was the only stock in the S&P 500 that escaped yesterday's historic sell-off. That’s right: 499 fell, and just one rose.

캠벨 수프 주식회사는 S&P 500 중에서, 어제 (2008.9.29) 있었던 역사적 투매에 휩쓸리지 않은 유일한 회사였다.  그렇다.  499개사가 하락했는데, 딱 1개사만 상승했다.
 
Could there be a clearer metaphor for Americans refocusing on the basics after a decade of greed and excess?

이제 10년간의 과잉과 탐욕을 겪고난 뒤, 이제 생필품에 촛점을 맞추려는 미국인들을 표현하는데 있어, 과연 이보다 더 명백한 은유가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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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최근 장세 생각하면 대단한 그래프군요.) 

 

이건 뭐... 정말 이젠 잔치는 끝났고, 앞으로 잘 팔릴 건 값싸고도 든든한 식사가 되는 캠벨 수프 깡통 뿐이라는 이야기네요.  저는 주식이건 펀드이건 몇달 전에 다 처분했기 때문에 별로 마음 졸이지 않고 있었는데, 이 뉴스를 보니... 정말 좀 겁이 나네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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