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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Call of Duty 4, 그리고 맥주의 알맞은 온도

by nasica-old 2008.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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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of Duty 4, 마지막 미션의 시작 동영상 ----------------------

 

(영국 SAS와 미군 특수부대가 합동으로, 아제르바이잔의 미사일 통제 센터를 습격하여, 러시아 극우민족주의자들이 발사한 핵미사일 2기를 공중 해체시키고나서 탈출에 나섭니다.  대원은 SAS 소속의 프라이스 대위와 개즈, 그리고 미군인 그릭스 하사입니다.  플레이어인 당신은 SAS 소속인 소프 하사입니다.) 

 

(본부 무전): 1차 퇴각 지점은 발각되었다. 다리 남쪽의 2차 퇴각 지점으로 이동하라. 적군의 존재 여부는... 상당한 편이다.

 

그릭스 하사: 너무 뜨겁군 (too hot)... 하지만 실내 온도라고 ?  그건 아니지.  맥주는 얼음처럼 차가와야 한다고.

 

프라이스 대위: 라거는 그래야 할지도 모르지.  또는 자네가 마시는 물도.  하지만 스타우트는 ?

 

그릭스 하사: 미국에 가면 두분 다 교육을 새로 시켜드려야겠군요.

 

개즈: 뭐 좋아, 어쨋거나 우린 일단 런던에 들르는 거야. 내가 사지.

 

Command: Primary exfil point has been compromised. Proceed to secondary extraction south of bridge. Enemy presence... substantial.

SSgt. Griggs: It's just TOO hot, man... but room temperature? Please. A beer should be ICE COLD.
Captain Price: A lager maybe. Or a glass of water like you drink. But a pint of stout?
SSgt. Griggs: I'm gonna have to school ya both when we get back stateside.
Gaz: Yeah, well, either way we're stopping by London first. And I'm bu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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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of Duty 4 는 제가 해본 1인칭 슈팅게임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게임입니다.  저는 전에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Medal of Honour 시리즈를 해보았습니다만, Call of Duty 4 만큼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뛰어난 그래픽은 본 적이 없습니다. 

 

Call of Duty 시리즈도 원래는 2차세계대전을 바탕으로 한 게임입니다만, Call of Duty 4 에 이르러서는 중동과 아제르바이잔을 배경으로 한 현대전입니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현재 미군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총기 및 장비를 다루어보게 되는데, 2차대전 당시의 총기에 비해서 참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것을 (게임상으로) 느끼게 됩니다.  가장 감명깊었던 것은 트리지콘 조준경이었지요.  그게 뭐냐고요 ?  간단히 말씀드리면, 조준경에 레이저 포인터같은 빨간 도트가 찍혀있어서 주야간 상관없이 아주 쉽게 조준이 가능한 조준경입니다.  자세한 것은 DC 총기갤 윈저님의 '트리지콘 ACOG에 관한 고찰' ( http://gall.dcinside.com/list.php?id=gun&no=11606&page=1&search_pos=-11037&k_type=0100&keyword=acog%20target= )  를 참조하세요. 

 

 

또, 이 게임에는 주로 SAS와 미군이 교대로 등장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영국식 발음과 미국식 발음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포스 만빵인 프라이스 대위와, 그보다 훨씬 더 포스가 넘치는, 15년전 프라이스 소위의 상관이었던 맥밀란 대위의 자신감넘치는 목소리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The coast is clear"라는 말을 할 때, 그 '클리아'라고 하는 영국식 발음은 아주 재미있게 들립니다.  특히 저 맥밀란 대위를 따라다니는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리더란 저렇게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부하들에게 신뢰감을 줘야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래의 저 수염 사나이가 프라이스 대위입니다.)

 

 

(아래 그림 중 나무 앞에 보이는 위장복 사나이가 맥밀란 대위입니다.  이때 당시 프라이스 대위는 겨우 'Leftenant Price' 였지요.)

 

 

아무튼 이 게임에서도 음식 (정확히는 맥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로 위의 이야기인데요, 저 위에서 그릭스 하사가 'too hot' 이라고 말하는 것은 덥다는 뜻이 아니고 '적의 활동이 너무 격렬하다'는 뜻입니다.  'Behind the enemy lines'라는, 코소보 내전 당시 적진에 추락한 미군 조종사의 탈출기를 그린 영화에서도, 미군 헬리콥터가 조종사를 구하려 착륙하려다가, 세르비아군의 총격이 맹렬하자 'the area is too hot' 어쩌고 하면서 착륙을 못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맥주 온도 이야기로 이야기가 옮겨갑니다.  미국인들은 맥주하면 무조건 차갑게해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유럽인들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맥주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럽 맥주집에 가면, 흔히 '맥주가 뭐 이렇게 미지근하냐'고 불평하는 미국인 관광객과 '이 정도면 딱 적절한 온도지'라고 우기는 바텐더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고 하네요.  아무튼 프라이스 대위는 꽤 유연한 사람이라서, '라거 맥주는 그렇게 차게 마실 수도 있으나, 스타우트는 그렇게 마시면 안된다'고 한발 물러서지요.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페일 라거같은 맑은 맥주는 아주 차게 (약 7 °C), 영국의 진한 맥주인 에일이나 흑맥주인 스타우트는 지하실 온도 (13 °C)로, 그리고 아주 강한 다크 에일이나 발리 와인같은 경우는 실내온도 (15.5 °C) 정도가 적당한 온도라고 합니다.

 


  

 

페일 라거나 에일, 발리 와인같은 맥주 종류를 잘 모르시겠다고요 ?  이건 DC 주류갤 rem님의 '맥주의 종류' ( http://gall.dcinside.com/list.php?id=alcohol&no=21670&page=1 )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영국인들끼리도, 미국에 비해 맥주를 미지근하게 해서 마시는 이유에 대해 농담을 하곤 하는 모양입니다.  전에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다보니, 세계의 Top 10 스포츠카라는 다큐멘터리를 해주는데, 영국제 스포츠카도 몇개 올라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디스커버리 채널은 영국계라서 꼭 영국제 물건들이 많이 순위권에 올라가는 부조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차의 순위를 높게 매기지는 않더군요.  그 이유는, 좋은 차이기는 하지만 잔 고장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설명이, '사실 영국제 물건들은 잔 고장이 많기는 하다.  영국인들이 왜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는 줄 아느냐 ?  영국제인 루카스 냉장고가 너무 자주 고장이 나서 그렇다.' 라고 하더군요. 

 

뭐 어쨌거나, 어차피 영국인들은 꼭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를 선호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래처럼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서민들이 맥주를 조금씩 사와서 마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의 굴레, 서머셋 모옴 작  (배경: 19세기말 영국) ---------------------

 

아텔니와 필립이 커다란 수도원 스타일의 의자에 앉고나자, 아텔니의 딸인 샐리가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구운 감자와 양배추로 된 식사를 두 접시 날라왔다.  아텔니는 주머니에서 6펜스를 꺼내 샐리에게 주며 맥주 한조끼를 사오게 했다.

 

(중략)

 

바로 그때 샐리가 맥주를 들고 들어와, 필립에게 한잔을 따라주고 테이블을 빙 돌아 아버지에게도 한잔 따랐다. 

 

(중략)

 

샐리가 떠나자, 아텔니는 주석 잔을 들어 아주 길게 죽 들이켰다. 

"아, 영국식 맥주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까 ?"  아텔니가 말했다.  "단순한 즐거움에 대해 신께 감사드리세.  로스트 비프, 라이스 푸딩, 좋은 식욕에 맥주.  난 전에 숙녀와 결혼한 적이 있었지.  젠장, 자넨 절대 숙녀와 결혼하지는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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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글 마치기는 좀 심심하니까, 저 위의 맥주 이야기가 나오기 전의 장면, 그러니까 Call of Duty 4 에서 저 특수부대원들이 미사일 통제 센터로 쳐들어간 긴박한 순간의 동영상 한장면을 더 소개해드립니다.  영국인들의 유머 감각이 재미있게 느껴지시나요 ?

 

Call of Duty 4, 미사일 통제 센터 지하 ----------------------

 

(핵미사일이 미국 동부를 향해 날아가는 긴박한 순간, 그를 저지하기 위해 그릭스와 프라이스가 격렬한 저항을 뚫고 핵미사일 통제소로 통하는 입구에 도착해서, 개즈가 통제소로 향하는 육중한 강철 출입문을 원격지에서 열어주기를 기다립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기는 하는데, 이 급한 순간에 슬로우 모션으로 아주 천천히 열립니다.)

 

그릭스 하사: 이런, 지금 날 갖고 노는거야 ?

 

프라이스 대위: 개즈, 더 빨리 열 수는 없겠나 ?

 

개즈: 안됩니다, 대위님. 다만 그렇게 해서 기분이 좀 나아지신다면, 그 문을 잡아당겨 보시지요.

 

프라이스 대위: (혼자말로) 건방진 색히...
 

SSgt. Griggs: Aw, you gotta be SHITTIN' ME!

Captain Price: Gaz, can't you make it open faster?
Gaz: Negative, sir. But you can try pulling if it'll make you feel better.
Captain Price: Cheeky bast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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