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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레미제라블, 그리고 쐐기풀 수프

by nasica-old 2008.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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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작 (배경, 19세기초 나폴레옹 폐위 후의 프랑스) -------

 

한번은 마들렌씨(장발장의 가명)는 한무리의 시골 농부들이 쐐기풀을 뽑아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뿌리가 뽑혀 시들어가는 쐐기풀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입을 열였다.

"이건 죽었군요.  하지만 이것들도 활용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어린 쐐기풀은 아주 훌륭한 채소입니다. 자라면 삼이나 대마같은 섬유소가 생기지요. 쐐기풀로 짠 천은 삼베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쐐기풀을 잘게 썰면 닭이나 오리에게 먹일 수 있고, 으깨면 소에게도 먹일 수 있습니다.  쐐기풀의 씨를 사료에 섞어먹이면 가축의 털가죽의 광택이 좋아지지요. 그 뿌리를 소금과 섞으면 아주 예쁜 노란색 염료가 됩니다. 거기에, 쐐기풀은 1년에 2번이나 거둘 수 있는 작물입니다.  게다가 재배에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면적도 거의 차지하지 않고, 밭을 갈 필요도 없고, 김매기도 필요없지요.  단 하나 안좋은 점은, 익은 씨가 쉽게 땅에 떨어지므로 수확이 어렵다는 거지요.  아주 적은 수고만 들이면 쐐기풀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치하면 미움을 받아  이렇게 뽑히게 되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쐐기풀과 같은 운명을 겪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마들렌씨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친구들, 이걸 기억해주십시요. 세상에 나쁜 식물이나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나쁜 경작이 있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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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어린이용 '장발장'은 읽었지만, 진짜 'Les Miserables'은 읽은 적이 없습니다.
한번은 맘을 제대로 먹고 영어로 된 펭귄 시리즈 'Les Miserables'을 샀는데... 그 양이... 1230 페이지가 넘더군요 !

아직도 다 못읽고 있습니다.  다만 재미는 무척 있습니다.  첨부터 줄거리를 모르고 읽었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텐데요.  언젠가는 프랑스어를 익혀서 원어로 읽어보는 것이 제 꿈 중의 하나입니다.  (과연 그런 날이...?)

아마 여기서 레미제라블의 줄거리를 모르시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니까요. 

 

레미제라블 중에서 쐐기풀에 대해 장발장, 아니 마들렌 시장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을 발췌 번역해봅니다.  여기서, 장발장은 아직 코제트나 자벨 경감을 만난 상태가 아닙니다.  즉, 초반부입니다.  장발장은 신부님에게 감화를 받은 뒤, 전과자의 신분을 감추고, 어떤 도시에 와서 성공적인 사업가가 됩니다.  사람들의 신망도 얻어서, 결국 시장의 자리에까지 선출이 됩니다.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요. 

 

윗 부분 상당히 감동적인 부분입니다.  어떻게보면 레미제라블에서 빅토르 위고가 하고 싶었던 말의 핵심을 나타내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쐐기풀을 채소로 먹는 나라가 꽤 된다고 합니다.  물론 어린 순에 한해서 말이지요.  제1차세계대전때, 영국군이나 독일군이나 식량사정이 안좋을 때는 쐐기풀로 만든 수프를 자주 먹었다고 합니다.  몰랐는데, 쐐기풀로 차도 만든다고 하네요.  쐐기풀로 만든 차에는 해독 성분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쐐기풀로 만든 수프를 먹는다고 ?"  못믿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 인증샷을 구해놓았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globalization이라는 틀 안에서 그야말로 죽자살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국내시장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하다보니, 삶이 무척 고단해지고 또 낙오자도 많이 생깁니다.  미국 같은 경우 예전에는 인도나 중국에서 몸값이 싼 기술자/과학자들을 많이 데려갔는데, 요즘은 아예 연구소를 뜯어다가 인도나 중국에 심어놓지요.  그때문에 백인계통의 미국인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합니다.  고급 직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반발이지요.  하지만 걔들이 반발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미국인 기술자가 인도인 기술자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것입니다.

 

GE라는 기업 아시지요 ?  잭웰치라는 그 회사 CEO도 아실 겁니다.  이 양반이 도입한 인사체계의 핵심은, '매년 하위 몇%에 해당하는 인력을 자르고, 새로 그만큼을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조직이든, 경쟁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이런 사람들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회사의 독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을 잘라내고,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몇번하고 나면, 하위 20~30%가 잘려나가게 되므로, 조직에는 뛰어난 사람들만 남을 것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은 사람들 중에서도, 또 경쟁에 밀리는 사람이 생기므로, 계속해서 하위 몇%는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 그 인사 방침의 한줄 요약입니다.

 

 

 

좀 살벌하지 않습니까 ?  저처럼 직장에서 근근히 먹고사는 월급장이 입장에서는 정말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것이, 공포영화는 현실이 아니지만, 저런 경쟁체계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해마다 잘려나가는 몇%는 어디로 갈까요 ?  글쎄요, 저도 언젠가 잘리고 나면 알겠지요. ㅎㅎㅎ. T T.   하지만 새로 인력을 계속 뽑으니까, 확실히 그만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는 있겠네요.

 

중요한 것은 잘려나가는 하위 몇%도, 저 쐐기풀처럼, 분명히 잘만 다루면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물론 농부들이 밀이나 보리 대신 쐐기풀을 밭에서 재배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는 하위 몇%도, 분명히 조물주의 섭리로 만들어진 것이고, 뭔가 하는 역할이 있고, 또 잘만 다루면 매우 쓸모있는 존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 하고, 레미제라블은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미국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로도 유명합니다.  저도 어줍쟎게 '누요크'에서 며칠 묵은 적이 있었습니다.  1997년도였나 그랬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겨울철이어서, 뉴욕의 분위기는 아주 좋은 편이었습니다.  거기서 제가 뭘 했겠습니까 ?  당연히 시골사람 서울오면 남산타워나 63빌딩 가보듯이, 저도 브로드웨이에 가서 뮤지컬을 2편 보았습니다.  레미제라블과 캐츠를 봤지요.  물론 둘다 하나도 못알아들었습니다.  솔직히 캐츠는 별로 재미가 없던데요. 

 

하지만 레미제라블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리우스와 함께 파리 코뮌 혁명 때 바리케이드를 치고 정부군과 싸우던 그 친구 (이름 기억 안납니다)가 붉은 셔츠를 입은 채 바리케이드에 거꾸로 매달려 죽어있는 모습을 무대장치가 회전하면서 보여주던 것이었습니다.  아마 80년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는 그 미국 배우들도 다 국가보안법에 걸렸을 것 같더군요.  하물며, '시민들이여 독재자에 저항하여 무기를 들어라'고 외치는 가사를 쓰는 사람은 당연히 국가 내란 선동죄 (이런 죄가 있나 ?)로 잡혀 들어갈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의 가사가 그렇습니다.  라 마르세예즈 (La Marseillaise),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http://blog.daum.net/nasica/5680277 ) 를 참조하세요.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이 있었던가요 ?  있었겠지요.  제가 사실 공연은 잘 안봅니다.  왜냐고요 ?  너무 비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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