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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시대

해병대의 기원은 ?

by nasica-old 2009.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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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e's Siege (1814, 프랑스 보르도 근처 해안) ---------------

 

라이플 부대는 싸움도 잘했지만 행군도 도사였다. 아, 정말 도사였다.  1809년 탈라베라 전투에 늦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 경보병사단은 42마일의 거리를 26시간만에 주파했었다.  그것도 아주 질서정연한 상태로, 소총에는 발화용 화약까지 제대로 장전된 상태로, 전투 준비가 완벽한 상태로 도착했다.  이 라이플 부대도 그 경보병사단 못지 않았다. 

 

라이플 부대는 행군을 할 때 무념무상 상태로, 자신들의 행군 속도가 세계 모든 보병 중 최고 속도라는 것도 모른채 그냥 걸었다.  그들은 라이플맨이었고, 최고 중의 최고였고, 지금 북쪽으로 전쟁 수행을 위해 걷고 있었다. 

 

그들의 서쪽에는, 무너져내린 모래언덕 근처의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길을, 해병대원들이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렇게 된 것은 해병대의 잘못이 아니었다.  벌써 몇달째, 그들은 벌레먹은 건빵과 썩은 고기, 상한 식수에 럼주로 된 열악한 식사를 하며, 폭풍우가 몰아치는 비스케이 만에 정박한 전함의 선창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들은 강행군을 해본 적이 없었고, 지금 그들이 걷고 있는 모래밭은 발디디기에 좋지도 않아서, 굳은 살도 안박힌 그들의 부드러운 발바닥이 장화와 쓸려서 물집이 생기게 했다.   

 

해병대가 소지한 해군용 머스켓 소총은 걸으면 걸을 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는 듯 했다. 가슴에 꽉 끼는 눈부시게 하얀 크로스벨트는 그들의 가쁜 숨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날은 꽤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땀이 그들의 눈에 들어가 따갑게 했고, 등과 다리의 근육은 불이 붙은 듯 고통스러웠다.  그들중 몇몇은 요새에 도착하면 사용할 밧줄과 갈퀴를 지고 가고 있었다.  원래는 사다리를 들고가야 했지만, 뱀필드 함장은 해병대원들에게는 밧줄과 갈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사다리는 준비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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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특히 해군과 육군 사이의 갈등이 심하다고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가장 갈등이 심한 군부대는 공수부대와 해병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둘다 정예 중의 정예라고 스스로들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공수부대와 해병대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를 가지고 입에 침을 튀기며 설전을 벌이는 (술취한) 사람들을 자주들 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1814년, 보르도 지방에 상륙한 영국 육군의 라이플 부대와, 영국 해군 해병대 사이에는 별로 그런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공수부대와 해병대의 해묵은 논쟁도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래 해병대라는 것은 군함에 승선하여, 머스켓 소총같은 소화기와 총검 등을 이용하여 백병전을 벌이는 전투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현대적인 해병대와는 역할이 많이 다른 것이, 요즘 해병대야 상륙전이 주요 임무이지만, 16~19세기의 해병대는 글자 그대로 바다에서 군함들끼리 싸울 때 백병전을 벌이는 것이 주요 임무였습니다.

 

 


 

당시의 해전은 처음에는 포격전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끝장은 서로의 군함을 바짝 붙여놓고 상대방 배에 돌격하는 백병전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당시 군함의 주요한 병기는 물론 대포였고, 누가 우세한 무력을 갖추었는지도 군함에 장착된 대포의 수로 따지는 것이 상례였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이, 바로 궁극의 전투병기,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대로 훈련된 해병대원이 몇명이나 타고 있느냐 하는 것이 전투의 승패를 판가름짓는 주요 변수였습니다.  넬슨 제독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숨을 거두는 당시의 장면을 그린 저 그림을 보십시요.  대개의 선원들이 대충 아무렇게나 입고 있는 것에 반해서, 붉은 코트에 흰색 크로스벨트까지 제대로 매고 있는 병사들이 보이지요 ?  그들이 바로 해병대, Royal Marines 입니다.  그들의 역할은 이렇게 해전에서의 전투 외에도, 평상시 선원들의 반란으로부터 장교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해병대원들은 함장실이나 화약고, 특히 주류 창고 등에서의 보초 임무 외에는, 선원들이 해야했던 이런저런 '노가다'에서는 면제되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보니, 요즘 해병대처럼 장기간 상륙작전에 대해서는 별로 필요성이 없었습니다.  물론 상륙작전은 항상 있어왔지요.  그러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나 인천 상륙작전 같은 대규모 상륙작전은 꿈에도 못꾸는 일이었고, 기껏해야 야밤에 사람이 젓는 보트에 나눠타고 적 해안의 포대를 점령했다가 폭파시키고 도망치는, 뭐 그런 일회성 상륙이 많았습니다.  지금 저 위의 샤프 시리즈에 인용된 것과 같은 내륙 깊숙이 쳐들어가는 상륙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정이 그랬으니, 육상에서 해병대가 잘 싸우지 못한다고 탓할 사람은 없는 것이죠.

 

지금도 그렇지만, 영국 해병대는 어디까지나 해군의 일부이며, 해군 소속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해군이 워낙 발달한 미국의 경우, 해병대는 해군 소속이 아니라고 합니다.  별도의 군대로서 편제가 되어 있습니다.  즉, 보통 다른 나라들이 육해공 3군인데 비해, 미군은 육해공군과 해병대, 이렇게 4개군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편제상으로도 유별나듯이, 미해병대의 자부심은 '나름대로' 대단합니다.  실제로 해외 각국의 미대사관은 모두 그 경비를 미해병대가 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해병대의 군가 가사를 보면 '천국에서도 대사관의 경비는 해병대라네~' 하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영화 A Few Goodman 기억나시죠 ?  이 A Few Goodman 이라는 것은, 미해병대 모병광고의 캣치프레이즈 정도되는 것으로서, '소수 정예'를 뜻하는 것입니다.

 

 


 

원래 우리나라도 미군 편제를 따라서 해병대의 편제가 해군 소속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박정희 대통령 때 해군 산하로 들어갔고, 전두환 때 해병대 사령부가 통폐합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것이 두고두고 우리나라 해병대의 원망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 때 해병대 고유의 군복도 다른 군 것과 같은 것으로 통일되었다고 하네요.

 

지금도 길거리에 휴가나온 해병대의 군복은 뭔가 좀 색다르지요.  빨간색 이름표에 팔각모 등등... 이게 다 불법이고 병사들이 자기 비용으로 제멋대로 군복 맞춰입은 것에 불과하며, 사실 해병대의 군복은 육군과 똑같다 라고 몇년전에 딴지일보에서인가 누군가 폭로아닌 폭로를 해서 화제가 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아래 글은 '이성민'님이라는 분께서 올리신 댓글입니다만, 내용이 훌륭하여 본문에 따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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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해병 대위입니다. 미군은 4군체제이나 육,해,공,해안경비대입니다. 해병대는 독립적인 것 처럼 보이고 아주 큰 세력이나 해군소속입니다. 어퓨굿맨에서도 해병의 재판을 해군장교인 탐 크루즈가 하지요. 해병대 군의관도 해군으로 나옵니다. 극중에는 해병대 법무관도 나오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해병대 법무관이 없고 해군 법무관만 나옵니다. 우리 나라가 미국보다 더 독립적이지 못 한 모습이고, 해병대에 없는 병종이 상당수 있어 해군의 지원을 받습니다. 전두환정권시절 해군해병대 통합시도가 있어서 해병대 사령부가 폐지되고 해병대사령관이 해군 참모제2차장으로, 해병대라는 명칭이 상륙군, 해군상륙병과로 바뀌었습니다. 해군에서는 아직 이런 식으로 많이 부릅니다. 상륙군이라는 명칭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해병대의 자존심에 많이 금이 가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후에 해병대 사령부가 부활되었지만, 그 이전에 해병부대에 배속된 해군들이 빨간명찰과 팔각모를 쓰는 전통은 전도봉사령관 때 사라지게 됩니다. 이유는 해군들이 머리를 기르면서 해병복장을 한다는 게 이유였고, 이후로 해군은 해병부대 근무시도 흰 명찰을 답니다. 박찬종의원도 해병대가 아니라 사실은 해군법무장교로써 해병대 근무를 한 것이었죠. 현역시절 미해병과 훈련을 해보면 미해군은 해병과 훈련시 해병전투복을 입으며 팔각모의 해병엥카프린트에 검은 해군 엥커를 답니다. 해군도 나름 자존심이 있으니까요. 해안경비대도 해군과 해외근무를 하기도 하며, 해외 해군기지방어나 연안대잠수함전을 수행합니다. 해군예비역이 해안경비대로 전출하여 근무하기도 합니다. 여튼 미군내에서 가장 지명도나 인식이 약한 병종중에 하나이지요. 술마시기 내기를 하면 해병, 육군, 해군, 공군, 해안경비대 순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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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는 다시 제 글입니다만, 이성민 님의 말씀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는 가장 병맛처럼 보입니다.  ㅎㅎ.  그 말에 태클을 거는 것은 것은 아닙니다만,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Guardian'이라는 영화를 보면, 해안경비대에 대해서 인식이 조금 바뀌실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금 바뀌었습니다.  특히 다음 말을 듣고서요.

 

 

 

 

 

"폭풍이 몰아치면 미 해군은 항구로 대피하지만, 우리는 난파선을 찾아 폭풍 속으로 출항한다.  가장 고귀한 일, 즉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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