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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Sharpe는 내장 요리를 좋아해

by nasica-old 2009.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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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rpe 시리즈의 주인공 Richard Sharpe는 내장 요리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뭐 당시 영국군이야 먹는 것이 염장 쇠고기와 건빵 정도였기 때문에 그 두가지가 아니라면 뭐든간에 뭔가 다른 것이라면 다 맛있었겠지요.  그래도 좀 밝힌다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몇가지 경우를 발췌해볼까요 ?

 

-- Sharpe's Eagle (1809, 스페인)

 

샤프는 갑자기 매운 양념이 된 콩팥 요리와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사실 대대 전체가 1주일 내내 먹고 있는 멀건 스튜와 토미라고 불리는 밀가루 건빵, 그리고 오래 묵은 해군용 건빵만 아니라면, 아무 음식이라도 상관없었다.  샤프는 롤리카 전투가 끝난 뒤 프랑스군의 시체에서 마늘 소시지를 찾아 모았던 것이 기억났다.  그는 오늘 아침 지금 저 강 너머에서 모닥불 주변에 모여 궁싯거리고 있는 프랑스군의 시체에서 마늘 소시지나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Sharpe's Battle (1811, 스페인) ------------------ 

 

"그것참 안된 일이네, 샤프, 정말 안됐어." 터란트 소령은 곡과 마곡이 저녁식사로 요리해준 간과 콩팥 요리를 담은 그의 접시를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전통적으로 장교들은 그날 새로 잡은 소의 내장을 (공짜로)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었는데, 터란트는 그런 전통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는 특히 좀 역겨워보이는 모양새의 콩팥 덩어리 하나를, 부대를 따라다니는 개들 중 한마리에게 던져주고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이 말도 안되는 청문회를 피할 방법이 전혀 없나 ?" 그는 샤프에게 물었다.

 

...중략...

 

샤프가 말했다. "저는 여태까지 프랑스군과 싸워왔고, 또 소싯적부터 이놈저놈들과 주욱 전쟁을 벌여왔습니다. 그러니까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요."

"그래도 말이지, 샤프, 그래도 말이야."  터란트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 콩팥 좋아하나 ?"

"아주 좋아합니다, 소령님."

"다 자네껄세." 그는 그의 접시를 샤프에게 내밀었다. "먹고 체력보충하게. 곧 체력이 필요해질테니 말일세."

 

 

Sharpe's Sword (1812, 스페인) ------------------

 

광장의 아치문 밑에서는 음식을 파는 노점이 하나 있었고, 거기서 샤프는 양념 소스로 요리된 양(tripe, 소의 위장)을 좀 샀다.  그는 가죽부대에 든 포도주와 함께 양 요리를 먹으며, 이 날 이 곳에 이렇게 살아있어서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이 양, trip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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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샤프가 특별히 내장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요 ?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작가인 Bernard Cornwell 의 식성이 내장 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작가는 자기 자신의 모습(또는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형)을 주인공에 투영하기 마련이거든요.

 

아무튼 그건 제 개인의 추측이고, 소설 속에서는 샤프가 왜 내장 요리를 좋아하는지 힌트가 주어집니다.

 

 

 

Sharpe's Enemy (1812, 포르투갈) -----------------


 

하퍼 중사는 총을 들고 점화구를 철사로 긁고 나서, 훅 불고는 행복한 듯이 씨익 웃었다. "양고기 파이요, 소령님."


"양고기 파이라니 ?"


"그게 지금 아일랜드 집에서 먹고 있을 음식이에요. 양고기 파이, 감자, 그리고 양고기 파이 더. 엄마는 크리스마스때는 항상 양고기 파이를 만들었지요."


"거위." 프레데릭슨 대위가 말했다. (프레데릭슨은 독일 출신입니다. : 역주) "한번은 백조 구이를 먹었었지요. 그리고 프랑스산 와인도요." 그는 그의 권총에 총알을 밀어넣으면서 웃었다. "갈은 고기를 넣은 파이. 그게 배를 채우기에는 딱 좋은 거지요. 잘 갈은 쇠고기 파이."


"우리는 갈은 양(tripe, 소의 위)을 먹곤 했어." 샤프가 말했다. 프레데릭슨은 못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하퍼는 이 애꾸눈 대위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잘만 부탁하면 말이죠, 샤프 소령님이 구빈원에서의 삶에 대해 잘 이야기 해주실 겁니다."


프레데릭슨은 샤프를 쳐다보았다. "정말입니까 ?"


"그럼. 5년간 거기 있었지. 내가 4살 때 거기 들어갔었어."


"그래서 크리스마스때는 양(tripe, 소의 위)을 먹었다고요 ?"


"그것도 운이 좋을 때 그랬어. 갈은 양과 삶은 계란.  그걸 민스미트 (갈은 고기)라고 불렀지.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좋았어. 그날은 일을 안했거든."


"무슨 일이었는데요 ?"


하퍼 중사는 이 이야기를 전에 들어봐서 알고 있었다. 샤프는 머리를 배낭에 기대고는 낮게 깔린 먹구름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겉에 타르가 칠해진, 선박용의 낡은 밧줄을 풀어해치는 일을 했어. 굵기가 8인치이고 얼어붙은 가죽처럼 질긴 밧줄을 받았는데, 6살 아래면 매일 7피트 길이를 풀어헤쳐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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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바로 샤프가 9살까지 살던 고아원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갈은 양을 먹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샤프가 그 고아원을 좋아했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고아원에서 샤프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치가 떨리는 학대를 받으며 아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래도 어린 시절의 입맛은 계속 남아있나 봅니다.

 

위에서 크리스마스에 내장 고기를 먹었다고 하니까 프레데릭슨 대위가 깜짝 놀라지요 ?  분명히 내장 고기는 영국인들에게 전혀 입맛당기는 고급 부위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영국이나 미국 쪽에서는 내장을 먹는 경우가 별로 없지요 ?  소시지를 빼고는 말이지요.  하지만 영국도 요크셔 지방에서는 내장 요리를 무척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순대나 곱창 요리도 그렇지만, 일단 소나 돼지의 내장에서는 반쯤 소화된 유기물이 잔뜩 들어있으니까 냄새가 매우 심하게 납니다.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돼지잡는 날 돼지창자를 씻을 때 하이타이를 쓴다고 하더군요.  그걸로 씻지 않으면 냄새가 너무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뭘로 씻는지 모르겠네요.  당연히 18~19세기 영국에는 하이타이도 없었을테니 아무리 잘 씻어도 냄새가 상당히 남아있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영국에서는 이런 내장, 특히 양 (tripe) 종류는 주로 개에게 던져주었다고 합니다.  Tripe라는 단어에는 쓰레기라는 뜻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등 유럽 뿐 아니라, 남미, 동남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서는 양을 이용한 요리가 많습니다.  심지어 영국에도 tripe and onion 이라는 요리가 있고, 미국 남부에서도 fried tripe라는 요리가 있다는군요. 

 

제가 예전 직장 때 칠레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산티아고 시내 구경을 할 때, 길가 식당에서 메뉴판의 아무거나 손가락으로 가리켜 찍었는데 (저는 스페인어 못합니다) 하필 나온 것이 양 요리였습니다.  뭔가 뻘건 (고추가 아니고 토마토) 국물이 있는 요리였는데, 별로 맛은 없었습니다.  (바로 저 사진 같은 거였습니다.  사진에는 요리 이름이 Warm Tripe alla Parmigiana 라고 되어있군요.)  소 내장 씹는 것도 부담스러웠고요.  지금 생각하면 저 위에 샤프가 노점에서 사먹은 양 요리가 그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때 칠레에서 먹은 양 요리는 영 별로였습니다만, 저는 순대나 곱창 아주 좋아합니다.  다만 항상 궁금한 것이, 시중에서 사먹는 보통 순대의 껍질이 정말 돼지창자인지, 아니면 흔히들 말하는대로 식용비닐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는 샤프 시리즈에서 나오는 소시지 관련 일화 중 마지막 장면만 하나 이야기해보지요.  샤프가 프랑스산 마늘 소시지를 좋아한다고 했지요 ?  하지만 소시지하면 역시 독일 아니겠습니까 ?  샤프 시리즈 중에서 독일인들이 가장 많이 나오는 편은 역시 프러시아군이 대거 등장하는 Sharpe's Waterloo 편입니다.  프랑스인들이 독일 소시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보도록 하지요.

 

 


 

Sharpe's Waterloo (1815, 벨기에) ---------------------------

 

프러시아 포병 장교는 또 한무리의 프랑스 용기병들이 그의 위치 측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더 많은 프랑스 기병대가 나타나고 있는 길 위를 쳐다보고는, 곧 프랑스군의 8파운드 대포도 도착하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대포 이동 준비 !"

 

프러시아 포병대는 북쪽으로 달렸다.  그들이 후퇴할 때, 군모에 해골과 십자모양으로 놓여진 뼈 모양의 뱃지를 단 검은 군복의 프러시아 경기병들이 호위해주었다.

 

프랑스 용기병들은 그들을 즉각 추격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들은 프러시아군이 포기하고 떠난 숲 속으로 달려들어갔는데, 거기서는 프러시아군의 캠프 화이어가 아직도 불타고 있었다. 그 불 가의 땅 위에는 소시지 한 접시가 흩어져 이었다.  "이거 완전히 독일 똥 맛이쟎아."  프랑스 기병 하나가 소시지를 한입 씹더니 불 속으로 퇘 하고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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