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폴레옹의 시대

나폴레옹 시대의 영국군 모병 광경 - from Sharpe's Regiment

by nasica-old 2009. 2. 3.
반응형

 

나폴레옹 당시 프랑스군은 징병제라서 상류층 자제도 군에 졸병으로 입대하기도 했지만, 영국군은 여전히 모병제였습니다.  따라서 군에 입대하는 사람들의 질은 거의 최악이었습니다.  범법자, 술주정꾼, 파산자, 죄수 등등 온갖 사회의 쓰레기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최후의 피난처로 육군에 입대했습니다.

다음은 Sharpe' regiment의 한장면입니다.  여기서 Sharpe 소령은 군 수뇌부가 모병 과정에서 저지르는 대규모 부정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뜨내기로 위장하고 신병으로 입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 모병 과정도 아래와 거의 같았다고 합니다.

 

 



Sharpe's Regiment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4년 영국) ---------------------------

샤프와 하퍼는 장이 열린 마을 광장 한가운데 있는 하버캠프 중사를 군중들의 머리 너머로 보았다.  천천히, 그들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중사 쪽으로 다가갔다.  중사는 배가 나오고, 항상 웃는 붉은 얼굴에, 고기 조각 같은 콧수염에 껌뻑거리는 눈을 가진 사내였다.  그는 짖궂은 사람들에게 농짓거리를 당하고 있었지만 호레이쇼 하버캠프 중사는 그 어떤 놈팽이보다도 더 능청스러웠다.  그는 북치는 소년을 양쪽에 거느리고 받침대 위에 올라서 있었다.

"자네, 거기 젊은친구 !" 그는 작업복을 입은 마르고 키가 큰 시골 소년을 가리켰다. "자넨 오늘 밤 어디서 잘 건가 ?"

소년은 지적을 받자 당황해서 그저 얼굴만 붉혔다.

"어디서 잘거지, 젊은이 ? 집이겠지, 틀림없이 !  안그런가 ?  혼자서겠지, 응 ?  아니면 젖짜는 처녀를 이미 끼고 자는건가 ?  응 ?  그런거야 ?"

사람들은 소년을 보면서 웃었다.  소년의 얼굴은 이제 진홍색이 되어버렸다.

하버캠프 중사는 소년을 보고 미소지었다. "젊은이, 군대에서는 절대 혼자 자는 일은 없을 거야. 여자 ?  여자들은 마치 열매가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자네에게 떨어질걸세 !  자 나를 보라고 ! 내가 어디 잘생긴 사람같은가 ?"  그는 당연히 받아야 할 대답, 그리고 실은 그가 원하던 바로 그 대답을 받고나서는 손을 올렸다. "물론 아니지. 여태껏 누구도 나 호레이쇼 하버캠프를 미남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네. 하지만 친구, 내가 말하건대, 바로 이 손을 거쳐간 처녀들이 아주 많았다네.  왜인줄 아는가 ?  바로 이것 때문이라네. 이것 !"  중사는 밝은 노란색 칼라로 장식된 그의 붉은 코트를 잡아당겼다. "군복이라네 !  군인의 군복 !"  북치는 소년들이 두두두두 하고 낮게 북을 울렸다.

수줍어하던 농촌 소년은 군중 속을 헤치고 빠져나가, 다른 종류의 쾌락에 대해 떠들고 있던 감리교 전도사들 주변을 어슬렁거렸지만, 하버캠프 중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어놓은 상태였으므로, 이제 다른 대상을 지목하면 되었다.  다른 사람들 머리 위로 머리와 어깨가 다 보일 정도로 덩치가 컸던 하퍼가 쉽게 눈에 들어왔다.  "저 친구를 보게나 !"

중사는 외쳤다. "저 친구 혼자서도 전쟁을 이길 수가 있겠군. 군인을 해보겠다는 생각해본 적 없나 ?"

하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모래색 머리 때문에 그는 실제 나이인 28세보다 젊어보였다. 하버캠프 중사는 아주 좋아하며 손을 비볐다. "돈은 얼마나 있나, 젊은 친구 ?"

하퍼는 마치 너무 쑥스러워 말을 못하겠다는 듯이 머리를 저었다.

"장담컨대 한푼도 없겠지 !  날 보라고, 나를 !"  하버캠프 중사는 주머니에서 2개의 1기니짜리 금화를 꺼내어 손가락 사이로 솜씨좋게 굴려서 번쩍거리는 금빛이 돋보이도록 했다.  "돈이라구 !  군인의 돈 !  비토리아 전투에 대해서 들어봤겠지, 젊은친구 ?  거기서 금은보화를 챙겼지, 금과, 보석과, 자네들이 평생에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챙겼다구 !"

비토리아 전투에 참전했었고, 실제로 그 전장에서 엄청난 액수의 노획물을 챙겼던 하퍼는 그걸 믿는다는 듯이 입을 딱 벌렸다.

하버캠프 중사는 두개의 금화를 한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하나를 던졌다가 그것이 떨어지기 전에 다른 하나를 잡는 재주를 보여주었다. "부자가 될 수 있다네 !  군인이 되면 될 수 있어 !  부와, 여자와, 영광과, 돈과, 그리고 승리를 !"  두명의 북치는 소년이 다시 두두두두 하는 북소리를 냈고, 모여든 젊은이들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이 멍하니 금화를 쳐다보았다.

"자네들은 두번 다시 배고프지 않을걸세.  두번 다시 여자없이 지내지도 않을거고.  두번 다시 가난해지는 일도 없을걸세 !  이젠 항상 고개를 높이 들고 걸을 수 있고, 두번 다시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네.  왜냐하면 자네들은 군인이니까 !"

북소리가 다시 울려퍼졌고, 여전히 금화들은 하버캠프 중사의 미소띤, 확신을 주는 친절한 얼굴 옆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번쩍거렸다.

"우리 연대에 대해 들어봤을 걸세, 친구들 !  우리에 대해 알 거라구 !  우리가 바로 사우쓰 에섹스 연대라네.  우리가 바로 보나파르트의 콧대를 꺾어놓은 친구들이라구 ! 그 보나파르트 원숭이는 우리때문에 잠도 안와.  사우쓰 에섹스 !  우리는 황제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불어넣어주었지.  그리고 자네들도 우리 연대에 들어올 수 있어 !  정말이라네 !  게다가 돈도 준다네 !"

두두두두하는 북소리가 낮게 울렸다.  하버캠프는 금화를 쥔 오른손을 높이 들어올린채 멈췄다.  그는 그의 붉은머리를 드러낸채 군모를 벗어 왼손으로 거꾸로 들고서, 북치는 소년들이 퉁하고 한번 북을 침과 동시에, 1기니짜리 금화를 그 군모 속으로 던져넣었다.  두번째 북소리와 함께 두번째 금화가 군모 속으로 떨어졌고, 계속해서 하버캠프는 아무말도 없이 주머니에서 더 많은 금화를 꺼내어 하나씩 군모 속으로 던졌다.
"셋 !" 족제비같은 얼굴을 한 작은 남자가 군중 앞으로 비집고 나와 외쳤다. "넷 ! 다섯 !" 다른 남자가 그 세는 것을 이어 받았고, 금화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군중들이 그 숫자를 따라 외쳤다,.
"열다섯 ! 열여섯 ! 열일곱 ! 열여덟 ! 열아홉 ! 스물 ! 스물하나 ! 스물둘 !"
세는 것이 멈췄다.  하버캠프 중사는 사람들을 보고 씩 웃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반기니짜리 금화를 하나 꺼내어 사람들에게 보여준 뒤, 군모 속에 집어넣었다.  다시 북소리가 울렸다. 중사는 반기니짜리 금화에 이어 실링과 펜스 같은 잔돈을 마저 휘리릭 집어넣고는, 그 동전들이 묵직하게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도록 군모를 사람들 앞에서 흔들었다.

"23파운드, 17실링, 거기에다 6펜스라네 ! 그게 자네들에게 주어지는 금액이야 !  23파운드, 17실링, 그리고 6펜스 ! 그냥 육군에 입대하기만 하면 주는 돈 !  자네들에게 지불될 돈 !"  그는 군모를 다시 흔들었다.
"자, 젊은이들, 나도 한때는 젊었다네 !" 그는 쏟아지는 조롱을 멈추기 위해 손을 들었다.  "정말이야 !  나 호레이쇼 하버캠프 중사도 한때 젊은 시절이 있었지 !  내 말을 들어보게 !"  그는 극적효과를 위해 잠시 멈추고 사람들의 얼굴을 한명한명 쳐다보았다. "내 평생 한번도, 돈 앞에 안넘어가는 예쁜 여자는 본 적이 없었어.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그런 여자는 만나볼 일이 없을 거야 !  자, 젊은 친구들 ! 만약 그런 예쁜이들이 1실링을 받고 자네들에게 키스를 해준다면, 1기니를 받으면 뭘 또 해줄 것 같은가 ? 응 ?"  손가락을 하나 들어올리고는 그것을 한번 핥고는 껄껄 웃었다.  "23파운드, 17실링, 거기에다 6펜스 !"

"그 돈이면 내가 당신하고 결혼을 해주지 !" 어떤 여자 하나가 외쳤고, 그에 따라 웃음들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군중 속의 젊은이들은 거의 반년치 급료에 해당하는 그 금화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반년치의 급료 !  그것도 한꺼번에, 그냥 서명만 하면 !

하버캠프 중사는 슬프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젊은이들, 자네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네. 나도 알아 !  자네들은 이야기를 들었겠지 !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거짓말을 들었을 거라고 !"  그는 군대에 대해 거짓말을 해대는 이 죄많은 세상이 슬프다는 듯이 다시 조용히 머리를 저었다. "그런 이야기에 따르면 군대는 아주 험한 곳이지 ! 질병도 있고, 그보다 더한 것도 있다고들 하지 ! 하지만 친구들, 친구들 !  바로 우리 어머니도 내게 말씀하셨지. 우리 어머니가 말씀하셨다고 !  '호레이쇼 ! 군대에 가지 마라 ! 절대 병정 노릇 하러 가지는 마 !' 어머니는 나하고 절연하시겠다고 협박까지 하셨어. 하지만 난 입대했지 ! 아, 좋아, 내가 젊었을 때는 고집도 셌고, 젊은 여자와 영광과 돈에 이끌려 입대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우리 어머니, 우리 늙으신 어머니는 내가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는다고 하셨어.  못을 박는다고 말이야 !"  그는 이 슬픔이 사람들 마음 속에 스며들도록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슬며시 씩 웃었다.

"하지만 말이지 친구들, 우리 어머니는 지금 자기 소유의 아담한 집에서 살고 계시고, 매 순간마다 호레이쇼 하버캠프의 이름을 축복하신다네.  왜 그런지 아나 ?  응 ?" 그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잠시 멈추었다.  "왜냐하면, 친구들, 바로 그 집을 사주고 그 정원에 꽃을 심고 우리 어머니가 당연히 누리셔야 할 휴식을 마련해준 사람이 바로 나 호레이쇼 하버캠프이기 때문이지."
그는 살짝 웃었다. "한번은 장군께서 어머니 댁의 정원을 지나가시다가 말씀하셨어. '하버캠프 부인, 댁의 아들 호레이쇼가 당신을 아주 잘 모시고 있군요.' '우리 어머니가 뭐라고 대답하셨는지 아나 ?  '그럼요, 이 모든 것이 걔가 군대에 갔기 때문이랍니다.'"
호레이쇼 하버캠프는 주머니를 열고 금화들을 다시 집어넣었다.  군모를 눌러쓰고는, 가슴에 바람을 집어넣고 우뚝 섰다. "자, 친구들 ! 기회는 이제 자네들 것이라네. 돈 ! 영광 ! 부 ! 명성 ! 여자 ! 난 여기 오래 있지는 않을거야 ! 저 멀리에는 싸워이겨야 할 전쟁이 있고 우리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있다네.  오늘 우리를 따라오지 않으면 기회는 두번 다시 안올지도 몰라.  자네들은 늙어서 호레이쇼 하버캠프가 자네들 인생 가까이 왔다가 그냥 가버리도록 내버려둔 날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지. 자, 친구들, 이제 말을 충분히 했고, 이제 난 대장간의 개처럼 목이 마르다네. 이제 난 그린맨 술집에 가서 군대가 준 돈을 맥주에 좀 쓰려고 하는데, 생각있으면 와서 날 만나보게나. 강요하는 건 아니야. 그냥 입술에 공짜 맥주거품 좀 바르고 이야기나 좀 하는거야 !"
북치는 소년들이 마지막 북소리를 울리고 하버캠프 중사는 도로 위로 뛰어내렸다.

금화를 셀 때 선창을 했던 그 족제비 얼굴을 한 작은 남자는 패트릭 하퍼를 쳐다보았다. "저치를 따라 갈거요 ?"
샤프는 이 남자가 아마 상병 계급으로, 하버캠프의 조수로서 그럴 듯한 후보생들을 낚아채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짐작했다. 그 남자는 골덴 코트를 입고 두더쥐 가죽의 조끼를 입고 있었으나, 그의 회색 바지는 아무리봐도 표준 지급품 같아 보였다.
하퍼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누가 군인이 되고 싶겠소 ?"
"당신 아일랜드인이오 ?" 그 작은 남자는 마치 평생을 아일랜드인을 좋아했었으나 한번도 그걸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사람마냥 좋아하며 말을 걸었다.  "갑시다 ! 목이 마를 거 아뇨 ?"
"거 맥주는 공짜 맞소 ?"
"저 중사가 그렇게 말했쟎소 ? 게다가, 그 양반이 우릴 뭐 어떻게 하겠소 ?"
하퍼는 샤프를 쳐다보았다. "자네도 갈텐가 ? 딕 ?"  그는 샤프의 이름을 부르며 마치 8살 꼬마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 작은 남자는 샤프를 쳐다보았다. 얼굴의 칼자국과 나이들어보이는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씩 웃었다. "우리 셋이 가자구, 응 ? 갔다가 맘에 안들면 언제든 다시 걸어나오면 되니까 말이야. 이름이 딕이요 ?"
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는 덩치큰 아일랜드인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
"패트릭이요."
"난 테리라고 하오. 갑시다, 응 ? 패디 ?  딕 ?"
샤프는 며칠째 면도를 하지 않아 꺼칠한 턱수염을 긁었다.  "뭐 그럽시다. 난 우라질 맥주를 한통 다 마실 수도 있어."
샤프와 하퍼는 군에 입대하러 갔다.

 

(중략)

 

(술집에서 하버캠프 중사는 젊은이들에게 맥주와 럼주를 아낌없이 사주며 입대 후 생활에 대해 환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젊은이들 중 3명은 농부의 애들로서, 모두들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샤프가 보기에는 하버켐프 중사가 잘 꼬셔서 입대만 시키면 좋은 병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중 한 소년은 밝고 활발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작은 테리어 개를 한마리 데리고 있어서 개와 함께 맥주를 나누어 마시고 있었다.  개 이름은 버튼스였고, 개 주인인 소년은 찰리 웰러라고 했다.  하버캠프 중사는 버튼스를 위해서 특별히 맥주 한사발을 따로 시켰다.
"제 개를 데려가도 되나요 ?" 찰리 웰러가 물었다.
"물론 되고 말고 !" 하버캠프 중사는 웃었다.  웰러는 샤프가 보기에 17살 정도였다.  몸도 튼튼하고, 쾌활해서, 어떤 대대라도 이 친구를 환영할 것 같았다.
"우린 전투에도 참가하게 되나요 ?" 웰러가 물었다.
"그러고 싶나, 친구 ?"
"예 !"  웰러는 씩 웃었다. "저는 스페인에 가고 싶어요 !"
"가게 될거야, 가게 될거야 !"

톰이라고 불리우는 굶주린 소년은 반쯤 백치였다. 그의 눈은 작은 술집 내부를 항상 이리저리 훔쳐보는 것이, 어느 순간에라도 구타를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다섯 청년 중에 마지막은 슬픈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23, 24세 정도의 청년이었는데, 광폭모직천으로 만든 코트를 입고 밑에는 근사하기는 하지만 낡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 청년은 얼굴이나 손을 보면 육체 노동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분명했는데,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샤프의 짐작으로는 이 친구는 어쨌거나 이미 입대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고 이 술판과 야바위질이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백치인 톰은 그냥 굶지않으려고 군에 입대하려는 모양이었다.  군대에서 살이 통통하게 쪄서 머스켓 소총 대오에 껴서 자기 몫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샤프가 보기에, 하버캠프 중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하퍼와 이 세명의 농장 일꾼 소년들이었다.  이 친구들이야 말로 중사가 원하는 사람들이었고, 중사는 이 친구들이 잔뜩 취해서 이성을 잃고 입대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샤프 자신은, 한쪽 구석에 앉아 완전 무시되고 있었다.  아직 어둡지는 않았지만, 이 세명의 농장 소년들은 벌써 술에 취해 건들건들하고 있었고, 그러자 하버캠프 중사는 샤프가 있는 구석자리로 슬며시 다가왔다.

중사는 자리에 앉았다.  샤프는 마침 맥주잔을 입으로 들어올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하버캠프 중사의 큰 손이 테이블을 가로질러 오더니 샤프의 손목을 주저앉혔다.  다른 친구들로부터는 가려진 중사의 얼굴은 갑자기 변하여 험상궂고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중사는 샤프의 손목을 꽉 쥐었다.  "도대체 무슨 수작이야 ?"
"아무 수작도 없소."
"웃기고 자빠졌네, 이 개자식. 너 전에도 군 복무한 적 있지 ?  응 ?"

샤프는 작고 푸른 중사의 눈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중사의 피부 밑으로 터진 정맥이며 눈 밑의 주름들이 다 보였다.  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33연대였소."
"제대한거야 ?"
"부상이었소. 중사님.  인도에서요."
"아니면 지랄맞게 탈영했겠지."
샤프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탈영병이었다면 여기 이렇게 왔겠소 ?"
하버캠프 중사는 마치 탈영병을 발견했다는 듯이 의심쩍은 눈초리로 샤프를 째려보았다.  그는 샤프의 손목을 더욱 꽉 쥐었다.  "그래 탈영병은 아니라고 ?  응 ?  그럼 먹튀인가 ?
(먹튀(jumper)란 지원병에게 주어지는 보상금만 받아 챙기고 그날밤에 튀어버리는 사기꾼을 말합니다:역주)"
"아니오, 중사님."
"아닌게 좋을거야, 친구, 아니면 내가 니 지랄같은 눈알을 파내어 니 똥꼬 속에 쑤셔넣을테니까." 하버캠프 중사는 샤프가 입대지원서에 서명하고, 처음에 주어지는 보상금의 일부를 받아챙긴 후 도망쳐서 또 다른 모병 하사관에게 같은 수작을 부리는 사기꾼일까봐 두려워했다.
"아니오, 중사님. 전 먹튀 아닙니다."
"아니오, 중사님. 전 먹튀 아닙니다."  하버캠프는 짖궃게 그의 말투를 따라했다.  "그럼 왜 여기 온거야 ?"
"샤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거리가 없었소."
"제대는 언제했지 ?"
"1년전이나 뭐 그쯤 전에요."
하버캠프는 그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그는 샤프의 손목을 놓아주어, 그가 맥주잔을 들어올려 마실 수 있게 해주었다.  중사는 마치 샤프가 마시는 한모금한모금의 맥주가 아까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름이 뭐야 ?"
"딕 본이요."
"읽고 쓸 줄 아나 ?"
샤프는 웃었다.  "아니오."
"등판은 깨끗한가 ?  
(당시 사병에 대한 체벌은 채찍질이었고, 채찍질 당한 상처는 영구히 남았습니다:역주)"
샤프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오."  그는 인도에서 사병으로 근무할 때 채찍질을 당한 적이 있었다.
"내가 지켜볼거야, 딕 본. 훈련소로 가는 길에서 니가 내걷는 발자국 하나하나를 지켜볼거라구. 알겠어 ?  딴 수작 부리기만 하면 니 등판에 남아있는 살가죽을 홀라당 벗겨버릴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
"예, 중사님."
하버캠프 중사는 주머니 속에서 1실링짜리 동전을 꺼내었다.
(이 1실링 동전을 받는다는 것은 입대를 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간주되었고, 이것을 King's shilling이라고 불렀습니다:역주)  그 동전을 꺼내들면서, 중사의 표정은 샤프가 제대 이후 민간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비웃고 있었다. 중사의 목소리는 조롱조였다. "받어."
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절망적인 몸짓으로,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그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처럼 그 동전을 받았다.
"이봐, 친구들 !"  하버캠프는 돌아다보았다.  "여기 딕이 입대했네 !  잘했어, 딕 !"
농장 소년들이 그를 환호했다. "잘했어, 딕 !"  반쯤 취하고 환호에 흥분한 버튼스가 짖어댔다.

백치인 톰이 다음으로 허겁지겁 1실링을 받아서 몸에 걸치 누더기 속에 집어넣었다.  광폭모직 코트를 입은 청년이 다음이었는데, 그는 법석을 떨지 않고 조용히, 체념적으로 받았다.
"자, 패디 ! 자넨 어떤가 ?"
하퍼는 웃었다.  "제가 아일랜드인이라고 바보인 줄 알아요, 예 ?"
북치는 소년 중 하나는 한쪽 구석에서 자기 북 위에 앉아 코를 골았다. 하버캠프 중사는, 아직도 신병 지원자인 척 하면서 공손하게 1실링 씩을 받아챙긴 그의 두 상병들이, 작업복 차림의 세 농장 소년들에게 럼주를 퍼부어주는 것을 보면서 이 덩치 큰 아일랜드인에게 말했다. "뭐가 문제인가, 패디, 응 ?  말해보라고 !"
하퍼는 나무 탁자 위에 흘린 맥주로 이리저리 모양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 어때, 말해보라고 !"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
하버캠프는 흘린 맥주 위로 1실링 동전을 굴렸다. 동전은 옆면으로 섰다. "왜 이걸 안받으려는 이야기를 해봐."
하퍼는 인상을 찌푸렸다. 입술을 물고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 중사를 쳐다보았다. "침대도 있나요 ?"
"뭐 ?"
"침대말이에요. 저도 침대를 하나 받나요 ?  침대 ?"
하버캠프는 하퍼를 쳐다보고, 그가 진담이라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이 써도 될만한 것을 받지, 패디. 자네는 비단커튼이 드리워지고 암소만한 크기의 베게가 딸린 침대를 받게 될거야 !"
"거 굉장하군요 !" 하퍼는 1실링 동전을 주웠다. "전 이제 중사님 겁니다 !"

하버캠프 중사는 그 세명의 농장 소년들을 낚는데는 실패했다. 찰리 웰러는 꼭 입대하고 싶었지만, 그의 두 친구가 같이 입대하지 않는 한 1실링 동전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두 친구는 계속 망설였다. 샤프는 하버캠프가 온갖 속임수, 심지어 걔들이 마시는 맥주 속에 1실링 동전을 몰래 집어넣었다가 걔들이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1실링 동전을 집어들게 만드는 낡은 수법까지 동원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젊은이들은 그 수작에는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젊은이들은 점점 더 취해서, 샤프가 보기에 곧 그 동전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찰리 웰러가 결국 친구들 없이 혼자서라도 그 동전을 받을 작정을 한 그 순간에, 갑자기 술집 문이 쾅 하고 열렸다.  거기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서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하버캠프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찰리를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이 쪼그만 후레자식아 !"
"엄마 !" 찰리가 외쳤다. "엄마 ! 그만 해요 !"
"나가 ! 그리고 너희들, 호레이스와 제임스 !  너희도 나가 !  이 챙피한 놈들, 가족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놈들 ! 병정놀음을 하겠다는거야 ?  내가 너 스스로 자신을 망치는 꼬락서니를 보려고 널 낳을 줄 알아 ?" 그 아주머니는 찰리의 귀를 잡아끌었다. "바보나 입대를 하는 거야, 이 바보 녀석아 !"
"아 예, 맞습니다요." 하퍼는 술에 취한 척 한마디 거들었다.
하버캠프 중사는 결국 그 셋을 우아하게 보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 밤을 술집 마굿간에 보낸 일행은, 그 다음날 아침, 요식행위 정도인 신체검사와 간단한 입대 서류 절차를 마치고, 우물물과 오래된 빵 반덩어리씩을 먹고 길을 떠납니다.  입대 서류에 서명(대부분은 문맹이었으므로 X자)한 이후로, 중사 및 그 똘마니 상병들의 태도는 180도 바뀌어 아주 강압적으로 변합니다.)


그들은 남쪽으로 향했다. 길가의 수풀은 아침 이슬로 잔뜩 젖어있었다. 계속 두들기던 북소리는, 마을을 벗어나자 잠잠해졌다. 아홉명의 사람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개가 한마리 짖었다. 시골 새벽 풍경에 그게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이 개는 일행을 줄기차게 쫓아왔다. 하버캠프 중사는 으르렁거리며 이 개를 걷어차려고 발을 들다가 멈칫했다.
그 개는 버튼스였다. 그 개 뒤로는, 그 개 못지 않게 열심히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찰리 웰러였다. 찰리는 작업복 차림에, 어깨에는 꾸러미를 짊어지고 있었다.  "기다려요 !  기다려요 !"  하버캠프는 웃었다. "빨리오게, 젊은이 !"
찰리는 혹시라도 그의 어머니가 쫓아오지 않나 싶어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길은 텅 빈 상태였다.  "저 지금이라도 입대해도 되나요, 중사님 ?"
"물론 대환영이지 ! 자, 줄 안으로 서라고.  다음 마을에서 정식 입대 절차를 밟도록 하지 !"
찰리 웰러는 샤프를 보고 씩 웃고는 그의 옆으로 끼어들었다. 소년의 얼굴은 이제 막 시작되는 대모험에 어울리게 흥분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랜담에서, 그들은 지방관 공관 뒷마당에 가두어졌다. 거기서, 샤프는 하버캠프 중사가 지방관과 거래를 하는 것을 보았다. 12명의 죄수들이 풀려나서 중사에게 넘겨졌고, 수갑을 찬 남자들이 대열의 맨 뒤에 추가되었다.  빵이 또 배급되었다. 샤프의 눈에, 백치인 톰이 입에 빵덩어리를 쑤셔넣고 씹는 것이 들어왔다. 이 친구는 계속 실없이 헤 웃으며 혹시라도 누가 자기를 걷어차거나 욕을 하거나 한대 때리지 않나 살폈다.  누가 그에게 말을 걸으면 그저 낄낄거리며 웃기만 했다.


 

(결국 이들은 외진 곳에 위치한 훈련 캠프(depot)에 도착합니다.)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얘들아."  호레이쇼 하버캠프 중사는 줄지어 선 그의 신병들의 대오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신병들은 모두 회색 바지, 장화에 짧고 얇은 흐린 청색 자켓으로 된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하버캠프는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난 돌아올거야, 얘들아.  니들이 군인이 되어있는 것을 보러 말이야."  그는 찰리 웰러 앞에 섰다.  "그 개를 좀 치워놔야 할거야, 찰리.  중령님은 개를 안좋아하거든."
옆에 꼬리를 흔드는 버튼스를 항상 데리고 있던 웰러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치워요, 중사님 ?"
"취사장하고 얘기를 내가 해놓지.  그 개는 쥐를 잡을 줄 알지 ?"
"예, 중사님."
하버캠프는 열을 따라 걷다가 가일즈 매리엇 앞에 섰다.  "너, 이 녀석.  그 지랄맞은 입 좀 다물고 살어."  그는 이걸 상당히 친한 듯이 말했다.  중사는, 마치 사람들이 그냥 그 외모만 보고 어떤 사람을 싫어하듯이, 주는 것 없이 매리엇을 미워했지만, 이제 신병들을 떠나면서, 이 상심한 서기에게 샤프가 해주었던 것과 똑같은 충고를 해주었다. "남의 일에는 그냥 끼어들지마."
"예, 중사님."
하버캠프는 하퍼의 배를 가볍게 주먹으로 쳤다.  "넌 내게 별 말썽은 피우지 않았어. 그지 ?"
"물론 아닙니다, 중사님."
"행운을 비네, 패디, 너희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 얘들아 !"

중사가 새로 신병을 모집하기 위해 걸어가버리는 것을 보니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이 무척이나 이상했다.  이제 그들은, 자기들만 빼고는 여기서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또 자기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다 알고있는,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것이다.
"좌향좌 !" 상병 하나가 외쳤다.  "어디 이 자식들 굴려볼까 !  움직여 !"

그들의 민간인 의복은 자루에 넣어져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  작업복은 이미 주어졌고, 이제 군대에서 말하는 소위 생활필수품, 즉, 각반, 여분의 신발, 스타킹, 셔츠, 벙어리 장갑, 구두솔, 자루, 배낭 등을 지급받았다.  그러고나서, 이제 무거운 지급품을 짊어지고, 한명씩 행정병의 막사로 들어가 주어진 서류에 서명을 하도록 지시받았다.
샤프는 문맹인 척 하고 X자를 그었다. 가일즈 매리엇은, 그에게 당연히 기대되었던 바이지만, 불만을 제기했다.
밖에 서있던 하퍼는 그 불만에 찬 목소리를 듣고 끙하는 소리를 냈다.  "저 바보 자식."
"저는 항의합니다 !" 매리엇은 행정병에게 외쳤다.  "이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

물론 공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애초에 23파운드 17실링 6펜스의 보상금을 약속받았었다.  하버캠프 중사는 지원병들을 슬리포드에서 번쩍이는 금화들로 현혹했었고, 그들이 정식으로 입대 서류에 서명할 때 받은 1기니짜리 지폐가 그 약속을 보증하는 듯 했는데, 이제 진실이 온 것이다.
그들에게 서명하라고 내밀어진 서류에는 보상금은 커녕, 이미 그 돈을 다 써버린 것으로 나온 것이다.
육군에서는 그들에게 지급된 생활필수품에 대해 청구를 했다. 또한 그들이 훈련소까지 오면서 먹은 음식에 대해서도 청구를 했고, 심지어 하버캠프가 그들을 꼬실때 마셨던 맥주와 럼에 대해서도 청구했다.  그들이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세탁이며, 들어보지도 못한 첼시와 킬멘하임의 병원에 대해서도 청구했다.  결국은 육군이 그들에게 지급할 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육군에게 빚을 지게 되있는 것으로 서류에 적혀 있던 것이다.
물론 공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래 육군이 그렇게 지키지도 못할 과도한 보상금을 내걸지 않으면 모병자가 없었을 것이고, 또 그 약속을 지키자면 전쟁을 수행할 경비를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금액이 공제된다는 것은, 그런 것을 다 알고 있는 샤프에게조차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매리엇의 날카로운 항의 소리를 들으면서, 누군가가 이들로부터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짐작했다.
"쓰레기야 !"  이 목소리는 그들의 뒤에서 들려왔다.  그들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하사 하나가 흠잡을 곳 없이 말끔한 제복을 입고 그들에게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얼굴은 하도 엄청안 분노와 증오심으로 이글거리고 있어서, 신병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이 조그맣고 검은 얼굴색의 하사는 행정병의 막사로 들어갔다.  곧 거기서는 빽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이어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매리엇이 문에서 뒷걸음질치며 굴러나와서 넘어졌다.  곧이어 하사가 쫓아나와 단장으로 그의 머리를 후려갈기고 번쩍이는 장화로 정강이를 걷어찼다.
"일어나 ! 이 쓰레기야, 일어나 !"
매리엇은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났다. 그는 하사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컸는데, 매리엇이 서자마자 하사는 그 배에 주먹을 날렸다.  "너 불만이 있다고, 이 쓰레기야 ?"
"애초에 약속받기를...."
하사는 한번 더 세게 배에 주먹질을 했다. "불만이 있냐고, 쓰레기야 !"
"아닙니다, 하사님."
"안들린다, 쓰레기 !"
"아닙니다, 하사님 !"  매리엇의 볼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훈련소의 지휘관인 거드우드 중령은 개를 무척 무서워하는 악당입니다.  찰리 웰러의 애완견 버튼스가 어찌 될까요 ?)


거드우드 중령이 갑자기 신병들의 대오 끝을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쳐다보고 있었다.  거드우드는 지휘봉을 들어올렸다. "린치 하사 !  린치 하사 !"
린치가 돌아보았다. 그도 얼어붙었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그도 무척 충격을 받은 듯, 그가 평소에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던 아일랜드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개네요, 중령님 ?  이 쓰레기들 중의 하나가 개를 데려왔습니다 !"
버튼스는 갑자기 자기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알아채고 꼬리를 흔들고, 머리를 숙이고는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이 낯선 사람에게 쓰다듬어달라고 다가갔다.  거드우드는 뒷걸음질쳤다. "저거 치워버려 !"  그의 목소리에는 진정한 공포심이 묻어있었다.
린치 하사가 앞으로 재빨리 걸어나왔다.  찰리 웰러도 앞으로 걸어나오려 했지만, 상병 하나가 그를 넘어뜨렸고, 그러는 사이에 린치 하사가 그 개를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매우 잔인하게 걷어차서 공중으로 휙 날려버렸다.  개는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내며 5야드를 넘게 날아갔다.  찰리 웰러는 깜짝 놀라 일어나려 했지만 상병이 그의 머리를 되풀이해서 걷어차서 소년을 다시 쓰러뜨렸다.
버튼스는 갈비뼈가 부러진채, 주인인 소년에게 절뚝거리며 걸어가려 했다.  개는 린치 하사로부터 멀리 떨어지려 했지만, 하사는 개 앞에 우뚝 서서, 발을 들어 올려 개의 머리를 콱 밟아버렸다.  버튼스는 다시 비명을 질렀으나, 하사의 발은 조금씩 힘을 더해 눌러댔고, 신병들은 개가 죽어가는 것을 공포에 질린 채 쳐다 보았다.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상병은 얼굴에 피가 흐르는 찰리 웰러를 붙들어 세워 다시 대오 안에 서도록 했고, 소년은 너무나 충격을 받아 반항도 못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