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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시대

보물섬을 찾아 떠나요

by nasica-old 2008.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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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것이 바로 보물 지도입니다.  자기는 그런 적 없다고요 ?  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어렸을 때 아래와 같은 보물 지도 하나 손에 넣어서 모험을 떠나는 것이 꿈이었지요.

 

 

 

 제 아이도 (이제 초딩 1학년인데) 곰돌이 푸우 만화 영화 중에서, 푸우가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토퍼 로빈을 구하기 위해 해골성으로 모험을 떠나는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는 아주 감명을 받았나 봅니다.  제가 재워주려고 같이 누우니까, 우리 애가 잠들기 전에 하는 말이 "나도 친구들하고 모험 떠나고 싶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야 뭐 모든 아빠들이 그러듯이, 나중에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모험 떠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지요.  그런데 말을 지어내다 보니까 그 자리에서 스토리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공부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 --> 돈많은 사람들이 너에게 보물을 찾아달라고 배나 잠수정을 준다  --> 너는 그걸로 바다 속에 가라앉은 보물을 건져다가 엄마에게 갖다주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다보니까, 저까지 괜히 기분이 막 좋아지더라고요.  지금이라도 저도 보물을 찾아 떠나고 싶은 거 있지요 ?  우리 애가 정말 그럴 수 있냐고 묻길래, 정말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었지요. 

 

실제로 그런 직업 가진 사람들 있쟎습니까 ?  세계 바다 이곳저곳에는 가라앉은 보물선들이 많답니다.  게다가 보물은 꼭 낡은 궤짝에만 들어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카리브 해 바닥에 가라앉은 1000톤 짜리 스페인 보물선 한척 찾아내는 것보다는 금광을 찾아내는 것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검은 황금인 석유도 있지요.  그런 거 찾으려면 공부 잘 해야 하는 것까지도 맞습니다. 아무튼, 우리 애가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와서 한국 석유공사에 들어가건, 광업공사에 들어가간, 아니면 Exxon사에 들어가건, National Geographic 사에 들어가건, 우리 애가 저같은 직업말고, 뭔가 신나고 흥미로운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되었으면 합니다.

 

 

(자, 뚫어지게 저 지진파 그래프를 보세요.  공부 열심히 하면 저기서 검은 황금을 찾을 수도 있답니다.)

 

 보물섬이나 보물선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실제 이야기가 아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어린이용 모험 소설입니다.  사실 꼭 어린이용 모험 소설은 아닙니다.  길이가 무려 400페이지나 되는, 어느 정도 중편인 소설이거든요.  게다가 끔찍한 폭력과 살인, 범죄 이야기도 나오고요.  하지만 엄연히 처음에는 "Young Falks"라는 어린이용 잡지(현대로 따지면 영챔프나 뭐 그런 만화잡지)에 실린 연재 소설이었으니까, 어린이용 소설은 맞습니다.  대개는 짧게 각색한, 그야말로 어린이용 버전으로 초등학생 때 많이 읽으셨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알고보면 그렇게 초딩용 버전으로만 읽은 세계 고전이 꽤 많아요.  걸리버 여행기, 장발장, 삼총사 등등...)

 

 

 

 

저도 그 스토리가 이젠 좀 가물가물 합니다만,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제가 초딩일 때 TV에서 본 일본 만화영화, 보물섬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존 실버가 정말 간지 좔좔 흐르는 멋진 악당으로 나왔었습니다.  특히 젊은 부선장이 된 청년 짐 호킨스가 이제는 늙은 뱃사람이 되어버린 존 실버와 재회하는 장면은, 원작보다 더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건 다 소설일 뿐이고, 실제로 보물섬이나 또는 보물선을 발견해서 떼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러일 전쟁 때 황금을 가득 실은 채 침몰했던 러시아 선박을 발견했네 어쩌네 해서 주식 시장에서도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래서 실제로 황금을 건져 올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보물선 이야기는, 사실 전에 제가 쓴 글 "1804년, 스페인 보물선 함대를 둘러싼 모험" (http://blog.daum.net/nasica/5311309)에서 나왔던 4척의 스페인 프리깃 함대 이야기였습니다.  이 배들의 입항이 나폴레옹 전쟁에서 스페인의 전쟁 선포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큰 금액이었지요.  이 네 척의 스페인 프리깃함 중 한척은 교전 중에 폭발하여 침몰했으니까, 그 배에 실렸던 금괴나 은괴 중 일부는 아직도 그렇게 스페인 카디즈 항 앞바다 어딘가에 남아있을 겁니다.  건져 올렸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들었거든요.

 

하지만 바다 속 스페인 보물선이나, 더 밑의 석유 광구나,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꿈꾸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보물이 많습니다.  특히, 고대로부터 같은 무게의 금과 바꿀 수 있었던 귀중한 보물 한가지는 따뜻한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용연향(ambergris)입니다. 

 

 

 

용연향이라고는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듯 합니다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용연향은 주로 향수를 만드는데 사용되는데, 고대 이집트나 중국에서도 매우 귀중한 향료로써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은 향유고래의 장기 내에서 가끔씩 생성되는, 일종의 고체 상태의 기름덩어리같은 것으로서, 왜 이것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주로 고래가 모종의 과정을 통해서 (트림 ?  구토 ?) 몸 밖으로 내보낸 것이 바다를 떠돌다가 어느 해안가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걸 줍는 사람은 (물론 그 크기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그야말로 로또 당첨이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같은 무게의 금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다고 하니까요. 

 

처음에, 사람들은 가끔씩 바닷가에 떠밀려 오는 이 기름덩어리 비슷한 것이 고래와 상관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나중에, 포경선이 남태평양까지 진출해서 활발하게 고래 사냥을 하면서 향유고래의 내장 안에서 용연향이 조금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향유고래의 그 길고 긴 내장을 이잡듯이 까뒤집어봐도, 용연향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적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쩌면 향유고래가 바다 바닥에 있는 용연향을 먹었다가 나중에 뱉어내나 보다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에이허브 선장, 저 놈의 배를 갈라 용연향이 있나 뒤져봅시다 !) 

 

다만, 우리나라나 일본, 유럽 등지의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용연향을 해변에서 주울 가능성이 거의 0%입니다.  그 이유가 뭐냐고요 ?  다음 소설 한 구절에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The Far Side of the World by Patrick O'Brian (배경: 1813년 남태평양) ---------------

 

(예전에 포경선에서 일했던 항법사 알렌이 용연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용연향은 고래 몸 속에서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말입니다," 하고 풀링스가 물었다.  "물반 고래반 수준으로 고래가 득실거리는 고위도 지역에서는 왜 용연향이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까 ?"

 

알렌이 대답했다.  "그건 용연향과 연관된 것은 오직 향유고래(spermwhales) 뿐이기 때문입니다.  향유고래들은 북쪽 바다 높이로는 오지 않거든요.  북쪽 바다에 있는 것들은 흑고래(right whales) 몇마리 외에는, 대부분 성질 사나운 수염고래(finner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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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추운 바다는 싫어하거든...) 

 

이런 이유로 우리가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용연향을 주울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비교적 최근인 올해 초에도 뉴질랜드 해안에서 무려 500kg에 가까운 용연향 덩어리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호주에서도 어떤 가족이 바닷가에서 용연향 15kg 정도짜리 덩어리를 주웠는데, 이것이 약 7억원 넘게 받았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플린트 선장의 보물섬 부럽지 않지요 ? 

 

흠... 지구 온난화가 전세계적인 걱정거리입니다만, 혹시 압니까 ?  우리나라가 아열대가 되면 우리나라 바닷가에도 용연향이 떠밀려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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