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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빈자의 이민, 부자의 이민 - 빌 마어 (Bill Maher) 쇼에 나온 이야기

by nasica-old 201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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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마어의 Real Time with Bill Maher 쇼입니다.)


미국 출장와서 TV를 보니 토크쇼가 자주 방영되던데, 제목이 'Real Time with Bill Maher'였습니다.  제가 영어가 짧아서 보면서도 못 알아듣는 부분이 많습니다만, 다른 것 볼 것이 없어서 그냥 틀어놓고 있었는데, 정치 토크 쇼더군요.  진짜 상원의원과 정치부 기자 등이 게스트로 나오던데  (역시나) 도널드 트럼프를 조롱하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미국내 불법 이민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그 상원의원께서 '불법 이민자가 문제를 일으킨다'라고 이야기를 하자 방청객들이 '우~'하고 야유를 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그 토크쇼는 진행자나 방청객이나 다 진보 성향인가 보더라고요.  그런 히스패닉 계통의 불법 이민자들이 범죄만 일으키고 경제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그 의원님이 주장하자, 마어(Maher를 대략 마~ㄹ이라고  발음하던데 뭐라고 표기해야 할지...)는 이렇게 말하며 그 의원을 조롱하더군요.


"제가 캘리포니아에서 십여년을 살았지만, 보니까 열심히 힘든 일 하는 사람들은 히스패닉 뿐이던데요 ?"





(미국도 대기업화된 농장에서는 값싼 히스패닉 등의 인력을 대거 고용하여 생산비를 낮추고 있습니다.  미국 농업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더 많습니다.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범죄를 일으키고 한국인들의 일거리를 빼앗아간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만, 사실 그에 대해서 명확한 통계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외국인들 중에는 상대적 약자인 노인 및 여자, 아이들 비중이 많지 않으니, 아마 국내 성인 남성들의 범죄율과 비교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이렇게 성인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듯한 시각 자체가 불쾌한 분들이 있겠습니다만, 아마 그건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큰일 났습니다 !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한민국을 범죄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





(뭐라고요 ?  정작 인구당 범죄율은 한국인이 더 높다고요 ?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런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어떤 집단으로 분류하고 그 집단에 부정적인 인식을 칠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입니다.  사람은 철저하게 그 개인의 성품과 자질로 평가해야지, 저 사람은 미국인이니 돈이 많고 상스러울 것이고 저 사람은 일본인이니 겉으론 깔끔하지만 속으로는 음흉하고 음란할 것이다 라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일본이나 한국, 유럽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하지도 않은 일로 비난받는다면 기분이 안 좋잖아요 ?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할 때 기분이 안 좋다면, 우리도 남에게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어야 합다.  외국인 노동자도 사람이니 당연히 범죄자가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종북빨갱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범죄자나 정신병자는 그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고, 그 동포들까지 다 그런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실제로 일본 유흥가에서 일하는 한국 국적의 젊은 여성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에 입국하는 한국 여성들을 모두 잠재적인 매춘부로 취급한다면 기분 좋으시겠습니까 ?)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전체적인 임금을 낮춘다는 불만은 어느 정도 맞는 말 같기는 한데, 그건 애초에 국민 경제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든 노동 임금을 낮추려는 정부와 기업인들을 탓해야지 그런 박봉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탓할 일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나요 ?




(김무성씨의 저 국회 연설은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수준을 보여주는, 통탄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작 국민들은 저 연설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힐러리가 국가 기밀을 누설한 것도 아닌데, 메일을 보안 장치가 없는 개인 서버를 통해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큰 위기에 봉착한 것과는 많이 비교됩니다.)



최근 김무성씨가 노동 개혁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는 소식을 읽으니, 주말에 본 그 빌 마어 쇼의 한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그 쇼에 출연한 그 미국 상원의원께서는 오바마의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탄소세(carbon tax)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면서 서민들의 일자리를 해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진행자 빌 마어가 맞받아친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거야 돈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외국으로 뜯어 가버리니까 그런거죠."

상원의원은 황급히 오바마의 조치 때문에 생산 비용이 늘어나니까 그런거라며 설명을 하려 했는데 빌 마어의 말대꾸에 대한 방청객들의 환호와 박수소리에 묻혀버렸습니다.

사실은 그 상원의원 말이 맞습니다.  탄소 배출 기업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니까 기업주는 당연히 공장 등을 뜯어다 중국이나 말레이지아로 옮기는 것이지요.  최저 임금제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건비가 적은 쪽으로 기업들이 옮겨가니까 최저 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보수측에서 주장을 합니다.  실제로 그러한가에 대한 것은, 전에 독일의 최저 임금제 이야기를 하면서 영국 사례에 대한 연구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으니 찾아보시고 (http://blog.daum.net/nasica/6862593), 여기서는 이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인당 GDP가 늘어 대한민국이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고 해서 꼭 여러분 가정이 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출처는 http://dvdprime.donga.com/g5/bbs/board.php?bo_table=comm&wr_id=9332854  읽어들 보세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건 결국 탄소 배출로 이어지는데, 그걸 줄이려면 돈이 들어갑니다.  복지 수준을 높이고 근로자들의 최저 임금을 높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돈을 내야지요.  그런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이 좀 더 내는 것이 상식적인데,  그 상원의원님을 포함한 보수층의 전제는 언제나 '대기업과 부자들은 조금이라도 손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그럴 경우 대기업과 부자들이 해외로 옮겨가니까 그렇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손해가 생긴다면 조국이 어떻게 되든 말든 기업과 본적을 옮겨버리겠다는 사람들이 애국 보수를 자처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19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가진 중국인 부자 중 2/3 정도가 이미 이민을 떠났거나 갈 계획이고, 190억원 이상 중국인 부자 중 1/3 정도가 해외로 떠나고 싶다고 한답니다.  출처는 http://www.businessminded.ca/public/?p=470)



한두해 전에 읽은 신문 기사가 생각나는데, 중국의 수많은 부자들 중 상당수가 조만간 북미나 유럽,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을 생각 중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녀들의 교육 등의 문제도 있고, 특히 대기 오염 문제가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그걸 읽으니, 또 다른 기사도 생각이 나더라고요.  뉴욕의 센트럴 파크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말 세련된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서, 전세계인들이 무척이나 부러워하는 명소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센트럴 파크는 과거 시민들의 몰지각과 관리 부재, 높은 범죄율 등으로 인해 을씨년스러운 우범 지역으로 퇴화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 한복판이 황폐화되는 것에 분개한 뉴욕의 갑부들이 막대한 돈을 기부하여, 다시 오늘날의 쾌적하고 세련된 휴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꿈에 그리는 관광 명소, 누군가에게는 그냥 일상...  뉴욕 센트럴 파크입니다.)




(1970년에 잔디가 다 죽어버린 황폐한 센트럴 파크의 모습입니다.)





(이런 거액의 기부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양반은 헷지 펀드 매니저인 John. A, Paulson이라는 분인데, 평생의 기억을 간직한 센트럴 파크에 1억 달러를 기부했네요.  2012년 기사입니다.)




중국의 부자들은 그저 중국에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번 뒤, 자신들만 잘 살겠다고 이민을 가겠다고 하고, 미국의 부자들은, 적어도 저렇게 센트럴 파크를 위해 기부를 한 그 부자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아름답게 가꾸겠다고 기부를 합니다.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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