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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천국행 티켓을 팝니다

by nasica-old 201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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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5장 44~46




그 때에 그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우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이나, 목마르신 것이나, 나그네 되신 것이나, 헐벗으신 것이나, 병드신 것이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도 돌보아 드리지 않았다는 것입니까?'
그 때에 임금이 그들에게 대답하기를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 이 사람들 가운데서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한 형벌로 들어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갈 것이다."



레미제라블 중에서




주교의 설교 주제는 자선이었다.  그는 부자들이 지옥을 피해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옥의 끔찍함을 생생하게, 그리고 천국의 아름다움을 달콤하게 묘사했다.  청중 중에는 은퇴한 부유한 상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제보랑이라고 했고 고리대금업자처럼 탐욕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나사천과 서지(serge) 천, 모직천 등을 제조하여 50만 프랑(현재 가치로 약 50억원)의 거액을 모았는데, 평생 불쌍한 거지에게 단 한 푼도 동냥을 한 적이 없었다.  

그 설교 뒤에, 제보랑씨가 일요일마다 성당 입구에서 가난한 여자 거지들에게 1수(sou, 현재 가치로 약 500원)를 나눠주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 1수를 여섯 명의 거지들이 나눠가져야 했다.  하루는 미리엘 주교가 그가 그런 자선을 베푸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여동생에게 말했다.

"보려무나.  저기 제보랑씨가 천국을 1수 어치 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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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매스미디어는 너무나 뛰어나서 우리들은 매일매일 전쟁과 폭력, 가난과 부조리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보면서도 돕지 않으면 지옥에 갈 수 밖에 없다고 성경에도 씌여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매주 교회에 나가 십일조를 낸다고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뜻대로 살아야 천국에 갈 가능성이 1%라도 있습니다.

저녁 먹다가 아래 사진 보고 우리 아이가 딱 저 나이일 때가 생각나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우리 애도 저 나이일 때 겁이 많아서 뭔가 무서운 것을 보면 '무셔 무셔'하면서 엄마 아빠 품을 찾았는데, 저 아이는 바다에 빠진 채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요 ?






제가 난민들 받아줄 형편도 안되고, 당장 우리나라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 구제할 형편도 못 됩니다만, 저는 유니세프를 통해 천국을 몇 만원어치만 사보기로 했습니다.  

http://goo.gl/j6BEnA






제 타락한 영혼의 구원에 몇만원어치짜리 천국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야 천국에 갈 수 있는 거라면 난 그 따위 좌빨스러운 천국에는 가지 않겠다고 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런 시체팔이 감성팔이로 자선업체들만 배를 불린다고 비난하실 수도 있겠지요.  그런 부자들이 가득찬 현실이 아마 바로 지옥일 것이고, 저런 비극을 보고 조금이라도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로 가득찬 곳이 아마 천국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형편이 되시는 분들은 푼돈이라도 천국행 티켓을 사보세요.  


천국행 티켓을 살 현금이 부족하신 분들은 더 좋은 방법도 있습니다.  어느 당이건 좋으니, 더 많은 세금을 걷어서라도 복지 확대와 빈곤 퇴치를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해주세요.  그리고 그런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주세요.  몇만원 내봐야 몇만원짜리 티켓 밖에 못 구합니다만, 투표를 모으면 국가 예산 단위의 티켓을 살 수 있습니다.






각국 경제 전문가들과 정치 지도자들에게 성 요하네스 크리소스토무스의 다음 말을 고려해 볼 것을 권고합니다.
"재물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지 않는 것은 그들을 강도질하고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재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입니다."

- 교황 프란치스코




저는 저 아무런 죄없는 불쌍한 어린이가 왜 저런 공포와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신은 항상 indifferent 하시더라고요.  적어도 인간의 감정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알고 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아무리 잘난 재벌과 권력자이든 가난뱅이 거지이든 모두 다, 순식간에 생겼다 없어지는 우주의 티끌에 불과합니다.  신은 이렇게 짧고 아무 의미 없는 생명을 가진 우리 인간이 자기들끼리 어떻게 돕고 지내는지 관찰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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