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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우리 목사님을 불편하게 만드시는 교황 성하

by nasica-old 2014.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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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을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번주는 교황 성하 특집입니다.

교황 성하께서 방한하셨는데, 성하께서 고급 대형 리무진을 타지 않으시고 기아차 쏘울을 타시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보여주기 위한 쇼' '저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고 비아냥거리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긴 말씀 드리는 것보다는,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미리엘 주교의 일화로 설명을 대신 하겠습니다.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by Victor Higo  (배경 : 1810년대 나폴레옹 치하의 프랑스) ----------------------

(미리엘 주교가 담당 교구에 도착 후 사흘 만에 자선병원을 방문합니다.  빈민들을 위한 이 병원이 너무 좁고 누추한 것을 보고 미리엘 주교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는 병원원장과 그 열악한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이런 대화는 주교관 맨 아래층 회랑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주교는 한참 말이 없다가, 갑자기 원장 쪽을 돌아보았다.

"원장님." 그가 말했다.  "이 식당에다 침대를 몇 개나 놓을 수 있을까요 ?"

"예하의 이 식당에 말입니까 !"  원장이 깜짝 놀라 외쳤다.

주교는 방을 둘러보며 눈어림으로 크기를 재고 계산을 해보는 것 같았다.

"족히 스무 개쯤은 놓이겠지!"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원장님, 확실히 잘못 되었습니다.  당신네들은 대여섯 개의 비좁은 방에 스물여섯 명이나 있는데, 셋 밖에 안 되는 제 식솔들은 육십 명이나 들어갈 수 있는 이 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게 잘못이라는 말입니다.  당신이 내 집에 와서 살고, 나는 당신 집에 가서 살기로 합시다.  내게 당신 집을 비워주시오.  이제 여기가 당신 집입니다."

이튿날, 스물여섯 명의 가난한 사람들은 주교관으로 옮겨 오고, 주교는 자선병원으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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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엘 주교가 꽤 넉넉한 자신의 급료 1만5천 리브르 (현재 가치로 약 2억2천만원) 중 1천 리브르만 개인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로는 모두 구제 활동을 벌이다보니, 비용이 쪼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활이 어렵다고 한탄을 하니, 주교의 식모인 마글로아 부인이 예전 왕정 시대 때는 주교에게 마차 및 여행 경비를 정부에서 보조해주었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주교는 정부에 마차 및 여행 경비 보조를 신청합니다.  정부에서는 토의 끝에, 주교에게 마차, 우편, 여행 경비로 3천 프랑의 예산을 배정해줍니다.)

이것이 그 지역 시민 사회에 상당한 격분을 불러 일으켰다.  또, 예전 혁명 시절에 500인 위원회의 의원이었고 뷔르메르 18일 사건 (나폴레옹의 쿠데타)을 지지했던, 현직 원로원 의원으로서 그 주교의 관할지인 디뉴 근처에서 멋진 원로원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물급 인사도 이 움직임에 동조하여, 다음과 같은 분노의 편지를 비고 드 프레므뉴(Bigot de Premeneu) 씨에게 보냈다.

(역주 : 500원 위원회는 나폴레옹이 쿠데타로 해산시킨 의회입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의 쿠데타를 지지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요. 이 원로원 의원은 그저 권력만을 좇아 움직이는 지조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비고 드 프레므뉴라는 사람은 실존 인물로서, 나폴레옹 민법전의 편저자이자 나폴레옹 밑에서 종교성 장관을 지낸 사람입니다.)

"마차 비용이라고요 ?  주민이 4천명 밖에 안되는 좁은 마을에서 무슨 마차가 필요합니까 ?  우편요금과 설교 여행 경비라고요 ?  이런 여행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  길도 없는 산간 마을에서 편지를 나르느라 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  이 지방 사람들은 말 등에 올라타고 여행을 합니다.  샤토-아르누의 듀랑스에 있는 다리는 황소가 끄는 달구지 하나가 겨우 통과할 정도입니다.  이 성직자라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습니다.  탐욕스럽고 구두쇠이지요.  이 주교라는 사람도 처음에는 도덕적인 인물처럼 시작하고는 결국 다른 성직자들과 똑같이 행동하는군요.  이 주교는 유개 마차와 멋진 이륜 마차를 갖고 싶다는거지요.  예전 시절의 주교들이 가진 모든 사치품을 다 가지고 싶다는 겁니다.  이런 비공식적인 성직자들이라니 !  백작 각하, 황제 폐하께서 이런 협잡꾼들을 다 제거해버리지 않으신다면 일이 제대로 처리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황은 물러가라 !  (이 시절에는 나폴레옹과 교황과의 사이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등등


(이것이 이륜마차로 번역되는 chaise 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냥 다 마차...)


다른 한편으로 주교관 식모 마담 마글로아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녀는 주교의 여동생인 밥티스틴 양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주 좋아요. 이제 주교님께서 비록 다른 사람 생각만 하시는 것으로 시작은 했지만, 결국 자신 생각도 하셔야 하거든요.  그분이 자선활동에 모든 돈을 다 써버리셨지만 이제 우리를 위한 3천 프랑이 있으니, 고생이 끝난거지요 !"

하지만 그날 저녁, 주교는 다음과 같은 노트를 적어서 여동생에게 전달했습니다.

마차 및 여행 경비 내역

구제 병원의 환자들을 위한 고기 수프                 1500 프랑
엑스(Aix) 지방의 어머니회                               250 프랑
드라귀냥(Draguignan) 지방의 어머니회              250 프랑
버려진 아이들 비용                                         500 프랑
고아들 비용                                                  500 프랑

이것이 미리엘 주교의 개인 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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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하께서는 방한 중에 숙소와 식사도 무척 검소하게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평소 교황 성하께서 드시는 식사는 어떤 것일까요 ?  뉴스를 뒤져 보니 몇가지 기사가 뜨더군요.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추기경 시절에도 여행시 짐 가방을 수행원에게 들게하지 않고 직접 들었고, 다른 추기경들은 당연히 이용하는, 운전사가 딸린 리무진 대신 대중 교통을 이용했으며, 식사도 손수 요리해서 드셨다고 합니다.  

원래 카톨릭의 추기경 정도면 엄청난 고위직이거든요.  그리고 카톨릭 사제들은 결혼을 못하는 대신 음식과 술 담배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한 편입니다.  바로 전임인 베네딕트 16세도 추기경 시절 샤프론과 새우를 넣은 페투치니 (납작한 스파게티)를 즐겼고, 또 2008년 뉴욕을 방문했을 때의 점심 메뉴를 보면, 셀러리를 곁들인 이탈리아산 체리 토마토, 그라나 파다나 (Grana Padana) 치즈, 아스파라거스 수프, 시실리 식으로 요리한 아귀, 그리고 디저트로 복숭아 타르트를 들었습니다.  베르토네 추기경 같은 경우 순채식으로 축하연을 베풀 때, 베니스 인근에서 갓 따온 치커리, 흰 아스파라거스, 완두, 체리 등 값비싼 채소 요리를 내놓았다고 하지요.  뉴욕 추기경인 돌린 추기경의 경우, 볼로네제 스파게티와 양고기 커틀릿, 시실리산 카놀리와 티라미수 케익 등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새우와 주키니, 샤프론이 들어간 페투치니 스파게티입니다.)



(이것이 카놀리...  엄청 달겠군요 !)



(monkfish라고 해서 뭔가 봤더니, 아귀더군요 !  유럽인들도 아귀를 먹는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이것이 서양식 아귀 요리입니다.  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군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교황청에서도 그냥 구운 닭, 샐러드, 과일과 평범한 와인 등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시는 편인데, 이는 교황 성하께서 역사상 최초의 예수회 (Jesuit) 출신 교황이라는 점과 상관이 있습니다.  원래 예수회 소속 사제들은 '다른 음식에 대한 유혹에서 오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빵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거든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추기경들과 함께 저녁을 드셨는데, 그때도 그냥 간단한 스파게티 요리를 드셨는데,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기준에서는 굉장히 사치스러운 것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25일에는 교황 성하께서 바티칸 구역내 기술공들이 점심을 먹는 구내 식당에 아무 예고 없이 나타나 보일러공이나 전기공들과 함께 줄을 서서 음식을 타고 함께 점심을 드셔서 사람들에게 깜짝 즐거움을 주셨다고 합니다.  교황 성하께서 플라스틱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고르신 것은 아무 소스 없는 스파게티 면, 대구 한 조각, 채소 그라탕, 작은 통밀 빵 한개, 사과, 그리고 생수 한병이었다고 전해지는데, 다만 식대는 내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기사를 보니 계산대에 앉은 직원이 차마 계산서를 교황 성하께 내밀지를 못했다고 하거든요.





기술공들은 (장군님과 한 식탁에서 식사하는 병사들과는 달리) 이 인자한 교황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무엄(?)하게도 구내 식당 사람들이 교황 성하 주변에서 교황 성하를 배경으로 셀카를 정신없이 찍어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으셨고,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도 기꺼이 응하셨다고 하네요.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항상 가난한 자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하자고 강조하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지난번에도 썼습니다만,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정말 듣기 어려운 이야기거든요.  분명히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자를 외면하는 것은 곤경에 처한 나를 못본 척 한 것이고, 반드시 심판의 날에 그 죄값을 치를 것' 이라고 강조하셨는데, 왜 교회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지 정말 의아한 일입니다.  아마도, 그런 '불편한 설교'를 자꾸 늘어놓으면 돈많은 신자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그러면 교회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 두렵기 때문일까요 ?

그래서인지 교회에서 듣는 것은 오로지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천국 간다' '십일조를 내는 것은 천국 창고에 적금을 드는 것' 같은 이야기들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입으로만 주여 주여 하는 이들을 경계하셨는데 말입니다.  

제가 지금 다니는 작은 교회는 그나마 좀 나은 편입니다만, 전에 다니던 대형 교회는 정말 '여기가 예수님 섬기는 곳 맞나?' 싶은 설교가 많았습니다.

사례1.  "(주일에는 어디 놀러가면 안되고 반드시 교회에 나와야 한다라는 말씀을 하시며)  그리고 토요일에도 가능하면 어디 가지 말고 다음날 교회에 나올 준비를 해야 합니다.  교회 올 때 입을 양복을 정성스럽게 다리고, 또 주님께 바칠 예물을 준비하세요.  (여기까지는 조용히 말씀을 하시다, 예물 이야기에 갑자기 욱 하셨는지 목소리를 확 높이시며) 그런데 예물함 속에서 천원짜리, 심지어 오백원 짜리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이게 말이 돼 ?  여러분 정도 사는 사람들은 최소한 만원씩은 내야 해 !"






사례2.  "이번에 내가 차를 바꾸는데, 무슨 차를 고를까 고민을 하는데 말이야, 날 형님으로 모시는 다른 교회 목사가 있거든.  이 친구가 나에게 '형님, 에쿠스로 하십시요.  형님 같은 목회자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데, 에쿠스는 차가 아주 튼튼해서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를 들이 받아도 다른 차가 나가떨어지면 나가 떨어졌지 에쿠스는 멀쩡해요' 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에쿠스로 바꿨어."  (이 설교 이후, 그토록 제게 목사님 욕하지 말라던 제 와이프도 '...휴... 우리 딴 교회 알아보자' 하더군요.)




(에쿠스를 넘어 벤트리를 타고 다니는 목사님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교황 성하...  이제 보니 나쁘신 분.)



더 많습니다만, 교황 성하 오신 특집이라면서 남의 험담만 늘어놓게 되어 그만 하겠습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글을 쓰다보니 그 임목사 (저는 임사장이라고 부릅니다) 생각이 나서 화가 나서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그 대형 교회는 날로 신자수가 늘고 더 번영하여 으리으리한 교육관도 짓고, 일요일이면 그곳을 찾는 신자들이 타고 온 차들로 주변 대로가 다 북새통이 된다는 점입니다.  교회나 목회자만 비방할 것이 아닙니다.  신자들 자신들이 과연 자기가 따르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인지 아닌지 살펴 보셔야 합니다.  제가 전에 다니던 임사장 같은 분은 사실 신자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신자들이 그런 목사님을 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런 분이 그렇게 번창하는 대형 교회의 목사님이 되셨겠습니까 ?  저는 한국 교회의 타락은 결코 목사님만의 잘못이 아니라, 신자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글은 좋게 시작했다가 망했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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