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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군대 내 구타를 근절할 수 있는가 ? - 미군을 통해 본 대안

by nasica-old 201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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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임모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도 있었고, 군대내 고문 치사 사건도 있었습니다.  휴가를 맞이하여, 평소 하고 싶었던 군대 관련 이야기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벼운 글이니 인터넷 필수인 3줄 요약부터 하겠습니다.

1. 일단 사병들 급여부터 대폭 올려야 합니다.

2. 군경 내부의 폭력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법 경시 풍조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3. 병사들을 구타 없이 통제하려면, 병사들이 잘못 했을 때 벌로 빼앗을 뭔가를 먼저 주고 시작해야 합니다.




1. 일단 사병들 급여부터 대폭 올려야 합니다.


현재 사병들의 급여는 10만원 수준 정도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오른 셈이지만, 여전히 애들 과자값입니다.  전에 영국군과 프랑스군, 누가 더 봉급이 많았을까 ? http://blog.daum.net/nasica/6862363 편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만, 징집군이라고 이렇게까지 적은 급여를 주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특히 OECD 국가에서는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얼마까지 올려줘야 하느냐 ?  저는 적어도 최저임금의 70% 수준으로는 줘야 한다고 봅니다.  군 생활에서는 근무/휴식 시간의 구별이 어려우니 좀 애매하긴 한데, 대략 월급으로 한 80만원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수십만 대군의 급여를 이렇게 올려버리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예산이 대략 4조 정도가 됩니다.  2013년 정부 예산이 대략 358조 정도였으니까, 그야말로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그걸 어떻게 하냐고요 ?  간단합니다.  세금을 올려야 합니다.  그렇쟎아도 세금이 너무 많아 허리가 휠 지경인데 무슨 개소리냐고요 ?  하지만 거꾸로 보면 이렇습니다.  정당하게 받아야 할 급여를 강탈당하는 국군 장병의 입장은 그럼 뭐가 되나요 ?  국방은 세금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의무인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  국방의 의무라는 것과, 그걸 공짜로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80만원 받고 인제 양구 같은 오지의 GOP에서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더위와 추위에 시달리는 그런 생활하시겠습니까 ?  80만원을 받더라도 그건 의무 아니면 못할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무보수 병역 의무는 형평 차원에서도 너무 불합리합니다.  남성 젊은이들은 2년 넘는 시간을 국가에 거의 공짜로 바쳐야 하는데, 만약 군복무 대신 편의점 알바를 뛴다고 하더라도, 2년간 대략 2천4백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건강한 아들을 가진 집에서만 사실상 세금을 2천4백만원씩 더 부담하는 셈입니다.  아들을 둘 가진 집이면 두 배의 세금 부담이 되는 셈이고요.  이건 전체 납세자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하는 부담입니다.  따라서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병사들에게 과자값이 아닌, 제대로 된 급여를 줘야 합니다.

지나친 세부담으로 경제가 어려워진다고요 ?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군에서 제대하는 젊은이들은 누구보다도 소비 성향이 많습니다.  넉넉한 집 아들들은 제대하면서 이렇게 모은 급여로 작은 자동차라도 뽑을 것이고, 형편이 어려운 집 아들들은 부족한 집안 생활비에 보탤 수 있을 것입니다.  거의 모두 시장으로 다시 풀려 나올 돈이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시킬 돈입니다.  (이 돈으로 제대 기념 해외 여행하는 사람도 많긴 하겠네요...  하지만 그래서 안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과거 박통 시절처럼 국민들의 해외 여행 자유를 막으시는 것부터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들의 지나친 사내 유보금보다는 훨씬 더 국가 경제에 유익하게 사용될 돈이라고 자신합니다.  (대기업들에게 투자 많이 하라고 세금 깎아 주었으나, 결과는 결국 사내 유보금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보셨다시피 세금 감면이 있어야 투자도 있고, 부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야 낙수효과에 의해 서민들도 득을 보낟는 말은 다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투자는 세금이 낮을 때가 아니라, 시장이 활성화될 때 일어납니다.)  가뜩이나 경제 양극화로 빈부격차도 벌어지는데, 이렇게 군 장병 급여 문제와 추가 징세를 통해 그런 빈부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 세금은 대기업과 부유층이 부담하는데 비해, 국민 대부분은 서민이니 당연히 군 장병 대부분도 서민집 아들들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현실화된 사병 급여가 현실화되어야만 군내 폭력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다음에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2. 군경 내부의 폭력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법 경시 풍조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는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학생간 폭력보다도 선생님들의 폭력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아니 공부를 못했다고 그걸 폭력으로 다스리는 것이 말이 되나요 ?  그런데 그때부터도, 말썽 피우는 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선생님께 두들겨 맞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가서 부모님 모셔오는 것이었지요.  '그냥 몇 대 맞고 끝내는 것이 제일 깔끔' 이라는 것이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정학이나 퇴학 같은 조치는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남아 평생 쫓아다닐 딱지가 되는데다, 무엇보다 선생님들로서도 정식 절차를 밟아 각종 서류 처리하는 것이 더 힘들고 또 학교 및 자신들의 기록에도 좋지 않거든요.  아무튼 그런 식으로 우리 모두는 어디보다도 '법과 규율 준수'를 잘 배워야 하는 학교에서조차도, '법대로 하는 건 너무 야박한 조치에다 귀찮은 일이고, 그냥 몇 대 맞고 끝내는 건 으리으리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다' 라고 배워왔나 봐요.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 전체에는 "법대로 해 !"라는 말은 "갈 때까지 막 나가자 !"라는 극단적인 태도로 비추어집니다.  법치 사회에서 법대로 하자는 것이 뭐가 잘못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노사문제에서도 사측이 법대로 하는 것은 거의 폭거로 취급되고, 국회의원이 뇌물 받은 것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아도 정치 탄압이라고 항변하지요.  MB 시절에 광우병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저는 광우병의 위험성보다는 경찰이 불법적인 폭력을 써서 시위를 진압하는 것에 분노했었습니다.  물론 불법 시위를 벌인 시위대들은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지요.  하지만 불법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라면 경찰이 불법적인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생각 자체가 일시적인 불법 시위보다도 더 큰 사회 위험 요소라고 저는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위대를 진압할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경찰 규칙이 있을 것인데, 그런 규칙을 넘어서는 과도한 폭력은 경찰 스스로가 자제해야 하고, 그것을 어겼을 경우에는 당연히 처벌이 따라야 합니다.   그런 규칙이 너무 물러서 그런 것을 준수하면서는 도저히 불법 시위를 진압할 수 없다면, 그건 그 규칙을 고쳐야 할 일입니다.

가령 그때 어떤 아저씨가 경찰에 연행되어 전경 대열 뒤로 고개를 숙인 채 저항없이 끌려 가는데, 어떤 전경이 손에 뭔가 둔기 같은 것을 낀 채로 입으로는 욕을 해대며 그 아저씨 뒤통수를 연달아 가격하더군요.  그건 명백한 불법 폭력입니다.  그 장면이 TV 카메라에 똑똑히 찍혔는데도, 경찰이나 검찰이나 그 전경대원을 추적하여 체포하고 기소할 생각을 안 하더군요.  그렇다는 것은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경우,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아무런 처벌이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게 법치 국가 맞나요 ? 

그런 분위기가 군대 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 군대 내에서, 구타나 가혹 행위는 엄격한 처벌 대상입니다.  그러나 군 상층부에서는 사실상 그를 엄격하게 집행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여요.  우리나라 군대처럼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에서, 그런 행위들을 통제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  '규정에는 어긋날 지 몰라도, 적절한 군기가 있어야 병사들 통제가 쉽다' 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군 내부에 팽배하기 때문에 그런 잔혹 행위들이 뿌리뽑히지 않는 것입니다. 


이건 교내 폭력에도 해당되는 일입니다.  아무리 철없는 애들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철없이 저지른 행위가 자신의 긴 인생을 얼마나 처절하게 망쳐놓을 수 있는지 깨닫게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온 몸으로 지게 해야 합니다.  그냥 몇대 맞고 끝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정학이나 퇴학 등을 통해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를 붙여야 하고, 그렇게 해서 함부로 주먹을 쓰면 인생을 말아먹는다는 것을 보고 배우게 해야 합니다.


병사가 태만하거나 규율을 어기는 일을 할 경우, 군법에 따라 영창에 보내든 휴가를 몰수하든 해야 하는데, 그런 공식 처벌이 귀찮고 지휘 장교나 병사 개인에게나 좋지 않은 기록이 남는다고 해서 주먹에 의존한다면, 이런 비극적인 일은 계속 반복해서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일부 '개인들의 일탈'에 의한 사고가 아닙니다.  법을 경시하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낳은 비극입니다. 


3. 병사들을 구타 없이 통제하려면, 병사들이 잘못 했을 때 벌로 빼앗을 뭔가를 먼저 주고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번 밝힌 바 있고, 또 자랑이 결코 아니지만, 저는 카투사 출신입니다.  덕분에 미군 애들의 실상을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전에 나폴레옹 시대의 군대에도 구타가 있었을까 ? http://blog.daum.net/nasica/6862426 편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만, 미군의 경우 사병 상호간에 신참 고참 따져서 구타를 하고 얼차려를 주는 일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훈련소 등에서는 당연히 그런 얼차려 등이 있습니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교관이라는 직위에 의해 하는 것이지, 자대 배치 이후 단순히 고참이라는 것만으로 그러는 것은 본 적 없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실탄 사격장에서였는데, 어느 병장이 M16을 단발 사격이 아니라 장난으로 연발로 맞춰놓고 갈겨 버리니, 사격 라인을 통제하던 (같은 계급의) 병장이 아무 말 없이 화난 얼굴로 군화발로 그 병장의 발목을 뻥 걷어차더군요.  맞은 병장도 그냥 멋쩍은 얼굴로 아무 말 안 했고요.

흔히 미군은 모병제, 즉 직업 군인이고, 한국군은 징집제, 즉 의무 복무병이라서 때리지 않으면 통제가 안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거기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장교야 이야기가 다릅니다만, 미군도 사병들은 사실 통제가 잘 안됩니다.  생각해보십시요.  학력 좋고 기술 있고 뭐 그런 잘 나가는 애들이 뭐하러 군대에 가겠습니까 ?  더군다나 미군은 이라크 전이니 뭐니 항상 active war theatre가 있기 때문에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한번은 실전 현장에 가야 하므로, 진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당연히 사회에서 번듯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놈팽이들이 많이 입대합니다.  (물론 예외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말도 잘 안 듣고 말썽 피우는 인간 많습니다.  주한 미군 애들이 이태원이나 홍대에서 어이없는 사고 많이 치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이런 미군애들을 미군 당국은 어떻게 통제할까요 ?  어렵지 않습니다.  징계 위원회, 인사 고과 등이 바로 그 열쇠입니다.  훈련이나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불량한 품행을 보일 경우, 반드시 그에 대한 인사 고과 및 감봉, 외출 금지 등 징계가 따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말썽꾸러기들도 까불 때와 까불면 안될 때를 잘 구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안되는 애들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애들은 결국 불명예 제대를 하게 되는데, 그건 사실상 범죄 전과와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고달픈 인생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짐이 됩니다.  군에서 불명예 제대한 기록은 그 애가 어떤 애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딱지거든요. 

우리도 분명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악질적인 병사들은 영창 및 그에 따른 복무 기한 연장을 해야지요.  그런데 사소한 잘못까지 영창으로 벌할 수는 없으니, 뭔가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필요한데, 사실 현재같은 군 생활에서는 별로 그럴 것이 없습니다.  즉, 미군처럼 '법대로' 징집군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징집된 병사들에게도 뭔가 빼앗을 것을 줘야 합니다.  미군 같은 경우 사령관이 병사들 전체를 벌할 경우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전군에 대해 병영 밖으로 외출 금지입니다.  미군은 근무 시간이 끝나면 자유로이 영외로 외출을 할 수 있거든요.  저녁 점호도 없습니다.  단지 아침 점호 때 완벽한 차림새로 제 시간에 나타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생활에서 영외 외출 금지는 상당한 타격이 됩니다.  우리 군대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휴가나 외박 몰수, 월급 삭감 등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는데, 그러자면 먼저 휴가와 외출 외박, 그리고 월급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아야 합니다.  


병사들을 밖으로 더 많이 내보내면 사건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안된다고요 ?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병사들도 인간이고, 국민입니다.  그런 부작용이 싫다고 영내에 가둬놓고 폭력으로 다스리니까 결국 벌어지는 일이 임병장 사건과 이런 고문 치사 사건입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폭행 사건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은 군필자들은 이미 다들 아시는 일입니다.


또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dung 군기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그런 dung 군기는 미군에 없습니다.  그리고 dung 군기가 실제 전투력에 도움이 되느냐 ?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dung 군기는 고위 장교들 보기에 좋을 뿐, 쓸데없이 병사들의 삶을 비참하게 하는 대표적인 비효율 구태입니다.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휘하 병사들이 사고를 치더라도, 영창에 보내든 휴가를 몰수하든 규정대로 처벌 똑바로 한다면, 해당 지휘관에게 불이익이 가서는 안됩니다.  학교 폭력만 하더라도,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기록이 남으면 학교과 그 선생님 개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니까 자꾸 감추려고 들고, 그러다보니 학교 폭력이 더욱 번지는 것입니다.  해당 지휘관이 규정대로 처벌을 했다면, "왜 귀관 부대에는 이렇게 사건 사고가 많은가?" 라며 문책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자꾸 폭력으로 감추려 할 뿐인 상황이 됩니다.

아침부터 두서없이 두들겨댔습니다.  휴가 중인데, 와이프가 그 고문 치사 사건에 대해 뉴스에서 읽고 그 실상에 대해서 묻더라구요.  설명하다보니 스스로 열받아서 이렇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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