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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임을 위한 행진곡과 라 마르세예즈, 그리고 천안문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by nasica-old 2014.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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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몸이 안 좋아서 이번주 posting은 없습니다... 라고 하려다가, 지금 막 뉴스를 보니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을 하느냐 합창을 하느냐 문제로 갈등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아마 박근혜나 뭐 그런 여권 인사들이 '산 자여 따르라' 라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 몹시 불편했기 때문에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바꿨는데, 5.18 관계자들로서는 그런 꼼수가 당연히 마음에 안 들었나 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재오나 김문수, 심지어 이명박 이런 양반들도 모두 한때는 학생 운동 했던 분들이고, 다 옥고를 치른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저 '임을 위한 행진곡' 한두번쯤은 당연히 불러 봤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좀더 포용력을 베풀어서 앞장서서 '산 자여 따르라'를 외치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혁명 운동 하던 양반들이 과거를 부정하고 혁명가를 금지곡으로 만든 사례는 나폴레옹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전에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http://blog.daum.net/nasica/5680277
편에서 소개했듯이,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도 가사 내용을 보면 정말 ㅎㄷㄷ한 내용으로서, 본격적인 혁명 가요였습니다.  이 장엄한 노래는 1795년 정식으로 프랑스 공화국의 국가가 됩니다.  그런데 그런 혁명군을 이끌던 나폴레옹 본인이,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뒤에는 그 가사 내용이 위험천만한 혁명가라며 금지곡으로 만든 바 있지요.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왕정으로 복귀한 부르봉 왕가도 당연히 이 곡을 금지곡으로 유지합니다.  그러다가 1830년 7월 혁명 때 다시 국가로서의 지위를 되찾았다가, 나중에 나폴레옹 3세가 황제가 되면서 다시 한번 금지곡이 되어 버립니다.   최종적으로 국가로 재지정된 것은 1879년, 보불 전쟁의 패배로 나폴레옹 3세가 폐위된 이후의 일입니다. 




(저 붉은색 두건을 쓴 여자는 왜 프랑스 국가에서 자꾸 나오는지, 저 여자의 이름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




전체 가사는 저 위의 링크에서 확인하도록 하시고, 여기서는 불어 발음을 최대한 흉내낸 한글 표시까지 곁들여서 보시지요.  (특히 Patrie나 tyrannie 끝 부분은 '유'와 '으' 또는 '이' 사이의 묘한 발음인데, 국어에는 없는 발음입니다.  저는 그냥 아래처럼 '여'로 표시했습니다.)   진짜 불란서 발음은 아래 URL에 표시된 프랑스 여가수 미레이유 마띠외의 명확한 발음으로 확인하시지요.  그리고 오리지널 불란서 말의 뜻을 좀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영어로 된 직역을 (원래 제대로 의역하면 이것과는 다른 것이 됩니다만) 붙였습니다.

http://www.marseillaise.org/audio/mireille_mathieu_-_la_marseillaise.mp3

Allons enfants de la Patrie,  
알롱상 팡 드 라 빠-뜨리여~
(가자, 조국의 자식들이여)
(Let's go, children of Fatherland)

Le jour de gloire est arrive !
르 주르 드 글루아 레 따리베~ !
(영광의 날이 왔도다 !)
(The day of gloy has arrived !)

Contre nous de la tyrannie,
콩트르 누 드 라 티라니여~
(독재의 피묻은 깃발이)
(Against us of the tyranny)

L'etendard sanglant est leve.
레땅다르 상글랑 떼 르베
(우리를 노리고 휘날린다)
(The bloody standard is raised)

L'etendard sanglant est leve.
레땅다르 상글랑 떼 르베
(우리를 노리고 휘날린다)
(The bloody standard is raised)

Entendez-vous dans les campagnes
앙땅데-부 당 레 깡빠녀
(전장의 소리가 들리는가)
(Do you hear in the field)
 
Mugir ces feroces soldats ?
뮤~지르 세 페로-스 솔다 ?
(사나운 적병들의 고함 소리가)
(the fierce soldiers shout ?)
 
Ils viennent jusque dans nos bras
일 비엔느 쥐스끄 당 노 브라
(바로 우리 한가운데로 쳐들어와)
(They come within our arms)

Egorger nos fils, nos compagnes !
에고르제 노 피스, 노 콤퍄냐 !
(우리의 자식과 아내의 목을 따려한다 !)
(slaughter our children, our wives !)

Aux armes, citoyens !
오 쟈~르메, 시또아옝 !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To arms, citizens !)

Formez vos bataillons !
포르메~ 보 바따이용 !
(대오를 만들라 !)
(Form your batallions !)

Marchons, marchons !
마르숑, 마르숑 !
(나아가자, 나아가자 !)
(March, march !)

Qu'un sang impur
깽~ 사앙~퓌르
(적의 더러운 피로)
(So that the impure blood)

Abreuve nos sillons !
아브레브 노 시용 !
(우리의 밭고랑을 가득 채우자 !)
(Water our furrows)


특히 저 위의 링크에 있는 미레이유 마티외가 부르는 노래의 3절 가사에는 이런 부분이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Liberte, Liberte cherie,
리베르떼, 리~베르떼 셰리에~
(자유여, 소중한 자유여,)
(Liberty, cherished Liberty)

Combats avec tes defenseurs !
꽁~바 자벡 떼 데팡쇠르
(너의 수호자들과 함께 싸워다오 !)
(Combat with your defenders !)




(이 그림의 제목은 La liberté guidant le peuple...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Liberte, 즉 자유의 여신에 대해, 그저 자유를 달라고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함께 싸워다오 !" 라고, 매우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왼손은 자유의 여신은 도울 뿐, 투쟁의 주체는 민중 자신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이게 맞습니다.  자유란 행동하는 시민들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집에 앉아서 좋아요 클릭이나 누른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런 투쟁에는 치루어야 할 댓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런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이젠 구태여 무장 봉기를 일으킬 필요도 없고 촛불 들고 한밤중에 경찰들과 몸싸움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투표장에 가서 제대로 투표만 하면 돼요.

최근에 뉴스를 보니, 중국 천안문 사태 기일을 즈음하여, 중국 천안문에서 다시 한번 집회를 갖자는 움직임이 비밀리에 중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중국처럼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과연 그런 움직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그 집회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나온 민중의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을 부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하더군요.  이건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사실 저 레미제라블은 자본주의의 맹주인 영국에서 만들어진 노래이고, 엄연히 저작권이 붙어 있으니 제 블로그에 그 MP3 file을 올릴 수도 없거든요.  그러니 과연 천안문에 모일 베이징 시민들 중 몇%나 저 노래의 중국어 가사를 제대로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부르기로 한 것은 세계 곳곳에서 이 노래가 민중 항쟁을 상징하는 노래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전에 터키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질 때도 저 노래가 영어와 터키어로 불린 바 있고, 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플래쉬몹 형태로 한번 시도된 바 있었지요. 

아래 유튜브에는 영어 가사가 캡션으로 나옵니다.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피로 밭고랑을 채운다는 부분은 다분히 라 마르세예즈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앙졸라의 다소 뽐내는 듯한 구성진 목소리로 나오는 뮤지컬에서의 노래 연출보다는, 장례식 장에서 학생들의 선창에 이끌려, 전체 군중이 하나둘씩 따라 부르는 과정을 그린 저 영화 속에서의 연출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제가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에서 최고의 영화같아요.)







http://www.youtube.com/watch?v=47E2tfK5QAg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 ?

Singing a song of angry men?
성난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

It is the music of a people
그것은 두번 다시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사람들의 음악이다 !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너희들의 심장 고동소리가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에 맞춰 울릴 때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내일이면 시작될

When tomorrow comes!
새로운 삶이 있다네 !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우리의 성전을 함께 하겠는가 ?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나와 함께 굳세게 일어나 저항할 사람이 누구인가 ?

Beyond the barricade
저 바리케이드 너머에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너희들이 바라는 세상이 있는가 ?

Then join in the fight
그렇다면 너희의 자유를 위한

That will give you the right to be free!
투쟁에 동참하라 !

Will you give all you can give
가진 것을 모두 희생할 수 있겠는가 ?

So that our banner may advance
우리의 깃발이 전진할 수 있도록 ?

Some will fall and some will live
어떤이는 쓰러지고 어떤이는 목숨을 건지겠지

Will you stand up and take your chance?
너는 일어나 운명에 목숨을 걸 수 있겠는가 ?

The blood of the martyrs
순교자들의 피가

Will water the meadows of France!
프랑스의 초원을 적시리라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 ?

Singing a song of angry men?
성난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

It is the music of a people
그것은 두번 다시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사람들의 음악이다 !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너희들의 심장 고동소리가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에 맞춰 울릴 때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내일이면 시작될

When tomorrow comes!
새로운 삶이 있다네 !


우리나라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든가 늙은 군인의 노래라든가 아침이슬이라든가 하는 소위 운동권 가요들이 이미 많이 있기 때문에, 굳이 집회를 가질 때 저렇게 저작권이 따로 있는 외국 노래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연습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아예 국가 자체가 혁명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요.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의 가사를 듣고 나시니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릴 때부터 국가로 이런 노래 가사를 부르고 자라난 국민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최소한 독재자가 득세할 일을 절대 없을 것이라고요.  아마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그런 생각 때문에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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