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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스티븐 킹이 정치 소설을 썼다 ? - '언더 더 돔'

by nasica-old 201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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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스티븐 킹 최신작(그래봐야 2009년 출간)을 하나 읽었습니다.  Under the dome.  한글판도 언더 더 돔 이라고 나왔습니다.





스티븐 킹을 그냥 스릴러 작가, 공포 소설 작가, 심지어 SF 소설 작가라고 이해하시는 분들도 좀 있던데, 저는 그냥 스티븐 킹을 이렇게 부릅니다.  "지존".  적어도 제게 있어서는 신필 김용 선생과 쌍벽을 이루는 양반입니다.



(만화 심슨 가족에도 출연한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



이 언더 더 돔은 어느날 갑자기 거대한 투명 돔으로 완전 고립되어버린 어느 미국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이 돔은 아주 미약하게 공기와 물만을 투과시킬 뿐, 미공군의 순항 미사일에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SF적인 요소가 눈곱만큼 (외계인이 나오니까) 나오기는 하지만 언더 더 돔은 결코 SF 소설이 아닙니다.  게다가 미스터리 소설도 아닙니다.  이 돔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마을의 정치판을 끌어내기 위한 작은(?) 소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언더 더 돔은 사실 정치 소설입니다.  특히 911 사태 이후, 조지 부시가 통과시킨 반테러 법안 (흔히 애국자 법안USA PATRIOT ACT 2001, Uniting and Strengthening America by Providing Appropriate Tools Required to Intercept and Obstruct Terrorism Act of 2001 이라고도 불립니다)에 의한 미국내의 인권 침해와 일부 세력의 자기 이익 챙기기를 비꼰 것입니다.




(911로 무너져 내린 것은 쌍동이 빌딩 뿐만이 아니었지요. 미국의 헌법 정신 일부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사실 미국의 위대함이란 스텔스 전폭기나 아이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정의를 중시하는 국가 정신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보았던 당시 인기 절정의 미드 '하바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거기 주인공이던 하트라는 법대생이, 인턴 비슷하게 어떤 범죄자의 변론을 맡습니다.  분명히 그 범죄자가 그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하트는 그 범죄자를 무죄로 만들어 줍니다.  경찰이 그 범죄 증거를 입수한 방법이 불법적이었다는 것이 단서였지요.  물론 하트는 고맙다는 범죄자의 면상에 대고 '꺼져 이 개XX야' 하고 외치지요.  그러나 법과 정의에 대한 그 말도 안되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국가 기관이 집행하는 행위가 법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어져야 하는지가 이 사회의 질서 유지와 인권 보호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저는 그런 점이 미국의 위대함이라고 보았습니다.




(가운데 안경잡이가 주인공 윌리엄 하트...  진짜 재미있었어요.  '하바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의 원제는 'The Paper Chase'였군요...)



그런데,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그런 법적 여유로움은 911 테러라는 미증유의 사건으로 박살이 나버립니다.  비상시라는 이유 하에, 글자 그대로 미국의 단합과 보호를 위해 '적절한 법적 도구'를 애국자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것이지요.  이 법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제대로 된 영장도 없이 체포하고, 재판도 없이 장기간 감금하고, 물고문을 하는 것이 허용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로 인해, 911 이후 미국은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내외국인을 영장도 없이 지금까지 무려 1백60만 명을 체포했고 23만 명 이상을 구금했다고 하는데 (이 숫자는 너무 많아서 과장되었다는 느낌이 좀 드네요...), 아무튼 우리가 과거에 알던 미국, 즉 인권이 보장되는 미국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지요.




(물고문을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  정답 : Waterboarding.  욕조를 이용하는 한국식 물고문과는 약간 다르네요.)



이 소설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돔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위협으로부터 마을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이 작은 마을은 일종의 경찰 국가가 되어 버립니다.  마을의 실권자인 빅 짐이 장악한 경찰이 작은 것부터, 불법적인 행동을 시작합니다.  술을 팔라고 언성을 높인 술주정뱅이에게 주먹질을 해대는 것부터 시작하여, 빅 짐이 눈에 가시라고 지목한 외부인 (물론 남자 주인공)을 정당한 영장도, 재판도 없이 체포하여 구타하고 고문하거나, 빅 짐에게 불리한 증거를 내미는 마을 위원이 권총을 가지고 있다는 핑계로 현장에서 사살하는 일까지 자행됩니다.  이 모든 것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를 수호하기 위해'라는 핑계 하에 자행되지요.




(사실 경찰 폭력은 우리나라에서만 자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살벌한 경우 많던데요 ?)




(미국의 관타나모 기지에 불법적으로 구금되어 고문까지 받는 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처분은 결국 불법이라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조지 부시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었지요.  결국 어떻게 되었나 모르겠네요.)




(미국 헌법을 수호하라 !  부시와 체니를 전범 혐의로 체포하라 !   평화를 사랑하는 제대 군인 협회...)



특히 빅 짐이 마을에 대한 경찰력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부러 마을 식품점을 폐쇄하고, 화가 나서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 틈에 끄나불을 심어놓았다가 경찰에게 돌을 던지게 함으로써 폭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행위는 아주 실감이 납니다.  마음에 안드는 신문사에 불을 지르고, 마을 사람들의 증오심과 단결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자꾸 공포심을 유발시키고 적대 세력을 위조해내는 것도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지요.




(소설 속의 빅 짐은 툭하면 자꾸 하나님께 기도를 하는 것이 조지 부시를 많이 닮았습니다... 이래저래 스티븐 킹은 개신교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이슈로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이라고 하고, 경찰은 불법 행위를 엄격하게 막겠다고 하는군요.  그런 시위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경찰이 정말 엄정한 법 집행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서' 라든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 라는 명목으로, 경찰이 불법적인 폭력이나 월권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민주노동당인가에서 (솔직히 이 양반들은 정말 빨갱이 같던데...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그 근처로 접근한 적이 있었지요.  경찰이 그 접근을 막으면서 청와대 인근에서 시위를 금지한 법을 근거로 시위 계획자들을 체포했었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경찰은 법에서 정한 거리 훨씬 밖에서 사람들을 체포했더군요.  게다가 아직 시위를 시작하기도 전에 체포했고요.  그건 분명히 경찰의 불법 행위였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지요. 




(빨갱이라고 의심되는 사람도, 정말 불법 행위를 저지르기 전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아야지요.)



어떻게 생각하면, 어차피 금지된 청와대 영역에서 금지된 시위를 결국 할 거니까, 미리 체포하는 게 뭐 나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경찰의 법 집행은 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찰이 법을 안 지키면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  또, 법에서 이런저런 비효율적인 제한 조항을 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그런 제한 조치를 경찰이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서' 라든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 라는 명목으로 어기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이 소설 속에서 나옵니다.





전 김영삼 정부 때 일본 대사였나 일본 기자였나가 '한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라 인치국가' 라는 말을 했다가 김영삼의 분노를 산 일이 있었지요.  우리나라도 사회 질서 유지보다는, 법 질서 유지가 더 중시되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해요.  물론 애초에 법 자체가 정의로운 법이어야 하는데, 그거야 경찰이나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고, 그러자면 여러분들이 선거를 똑바로 잘 해야겠지요.

오랜만에 읽은 스티븐 킹 소설이 하도 재미있어서, 그냥 횡설수설 해 보았어요.




(PS.  하지만 정말 이런 개념 없는 짓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전경이라고 해도, 이런 짓 당하면 정말 한대 확...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그래도 그냥 한대 확... 하면 그거 불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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