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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시대

영국의 인도 침략에 대해

by nasica-old 2009.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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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e 시리즈는 1799년 인도 미소르 지방의 수도 셰링가파탐에서 시작합니다.  당시 일병 계급을 달고 있었던 샤프는 마이소르의 군주 티푸 술탄을 공격하기 위한 침공군의 일부로서 제33연대의 경보병 중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서 샤프는 영국의 인도 침공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냐고요 ?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  그저 어떻게 하면 한몫 잡아볼까, 어떻게 하면 술 한잔 얻어마셔볼까 하는 생각 뿐이었지요.  샤프 뿐만 아니라 모든 병사들과 대부분의 장교들이 다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영국은 이미 1600년에 동인도회사(EIC)를 설립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인도와 무역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당시 인도는 워낙 큰 대륙이다보니, 사실 '인도'라는 정체성이 없이, 수많은 소국가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중국같은 경우도 몇개의 소국가로 나누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항상 통일 국가를 이루려는 의지가 역사 내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는, 한번도 전체 인도를 통일한 왕조도 없었고, 또 인도인들도 하나의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언어는 물론, 음식, 풍습, 종교 등이 다 달라서 대체 하나의 통일 국가로 합쳐질 가능성이 별로 없었지요.

요즘 IT 업계에는 인도인들이 많이 활동합니다. 이들을 봐도, 사람마다 외모나 피부색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도저히 단일 민족이라는 생각이 안듭니다.  하물며 카스트 계급으로 나누어진 사회에서,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다 라는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어렵겠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전체 인도를 하나의 왕조로 통일할 의지와 실력을 갖춘 왕국이 나타났으니, 어이없게도 바로 영국이었습니다.  마침내 인도를 통일한 것은 훗날 빅토리아 여왕 시대였고, 샤프가 활약하던 나폴레옹 전쟁 시기만 하더라도, 영국도 인도 남북부의 주요 항구 및 도시 일부만을 세력권에 넣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인도가 그만큼 넓었던 것이지요.  또, 당시 대부분의 인도 왕국들은 프랑스나 영국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유럽식 무장을 갖추고 있어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1799년 당시 영국군, 정확하게는 동인도회사 군대의 타겟이 되고 있던 인도 중부의 셰링가파탐의 상황을 보면, 영국이 어떻게 인도를 차곡차곡 점령해갈 수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동인도회사의 군대에 대해서는 최초의 기업 군대 - 영국 동인도 회사군(軍) ( http://blog.daum.net/nasica/5194972 )를 참조하세요. 당시 셰링가파탐의 군주는 티푸 술탄이었습니다.  술탄 ?  그거 이슬람 세계의 군주를 지칭하는 말이쟎습니까 ?  그렇습니다.  셰링가파탐 역시 대부분의 인도 중남부처럼 힌두교도들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티푸 역시 사실은 영국인들처럼, 외국에서 온 점령군에 불과했습니다.  그 선조를 따지자면 한때 중앙아시아를 거의 통일했던 티무르 제국에까지 이릅니다.  티푸는 페르시아 계통으로서, 티푸의 궁정에서는 페르시아어가 공식 언어였고, 종교도 이슬람이었습니다.  당연히 피부색도 일반 인도인들보다는 많이 흰 편이었고, 티푸는 자신이 인도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의 군주인 어린 라자는 셰링가파탐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서, 티푸의 자비에 의존하여 곤궁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인도의 한 세력을 공격하기 전에, 항상 먼저 그 세력의 적대 세력을 구워삶았습니다. 셰링가파탐의 경우에는 티푸의 내외에 다 적이 있었습니다.

 

첫째, 티푸는 티무르의 후손답게, 강대한 군사력을 이용하여 주변 왕국을 습격하곤 했었습니다.  영국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물론 절반 이상이 인도 용병인 세포이들이지요) 티푸를 친다고 하니까, '나도 ! 나도 !'를 외치며 숫가락을 하나 더 놓으려는 인도 군주가 있었습니다.  당시 셰링가파탐을 침공했던 병력의 절반 정도는 이 인도 군주의 병력이었습니다. 

결국 영국을 위해 셰링가파탐을 공격한 병력의 대부분은 다 인도인들이었고, 영국 출신의 백인들은 얼마 안되었던 거지요.  정말 웃긴 것은, 정작 잉글랜드의 왕을 위한 전쟁이었건만, 그나마 얼마 안되는 영국 출신의 백인들 중에서도 잉글랜드 출신은 몇 안되고 대개는 마음속으로 잉글랜드를 저주하고 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병사들이 대다수였다는 것입니다.

 

둘째, 티푸가 다스리던 셰링가파탐의 대다수는 힌두교도들이었습니다.  지배 계층에서는 대개의 힌두교도들이 이미 제거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슬람 군주의 지배를 원치않았고, 폐위 상태에 있던 옛 군주 라자의 후손이 복위하는 것을 원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티푸가 만든 일종의 태엽 장치인데, 자신을 뜻하는 호랑이가 붉은코트의 영국병사를 물어뜯는 인형입니다.  레버를 움직이면 인형에서 영국인의 비명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영국은 이들을 교묘히 이용하여, 한세대 전에 영국 침략군을 무찌른 경험이 있는 티푸의 이슬람 군대를 마침내 무찌르고 셰링가파탐을 영국의 세력권에 편입시킵니다.  결국 폐위되었던 라자도 복위됩니다.  그래서 셰링가파탐의 주민들과 라자는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  글쎄요, 최소한 라자의 최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초기에 영국은 이용가치가 많은 라자를 잘 대우했습니다만, 결국 쓸모가 없어진 라자를 영국은 헌신짝처럼 내버렸고, 왕권을 빼앗아버렸습니다.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수법이지요.

 

샤프는 이런 유럽의 제국주의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  앞서 말한 그대로 아무 생각없었습니다.  나중에 장교가 된 다음에도, 샤프의 사고 방식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나의 직업은 영국왕의 적과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영국왕에게는 적이 아주 많다."  정말 단순하지요 ?

 

샤프에게 글을 가르친 맥캔들리스 대령이 그나마 약간 깨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그러나 그도 단순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샤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실 티푸는 나쁜 군주가 아니야.  그는 자신의 신하들에게는 매우 엄격하고 적에게는 잔인한 일도 많이 하지만, 일반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공정하고 그들을 위해 몇가지 좋은 업적도 남겼어."

샤프가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요 ?  그런데 왜 우리가 티푸를 공격하는거지요 ?"

그러자 맥캔들리스는 그냥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하나의 우리에 두마리의 호랑이가 들어있는 형국일세.  둘다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하고, 둘 중의 하나는 쓰러져야 하는거지."

 

흠, 최소한 영국이나 티푸나 동등한 입장이라는 태도이군요.

 

영국 호랑이에게는 영국 땅이 있고, 인도 호랑이에게는 인도 땅이 있으니까, 남의 땅을 탐내는 호랑이가 나쁜 호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겠지요.  가령 제가 다니는 회사만 해도, 우리 회사의 고객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고객도 빼앗아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합니다.  그런 경쟁이 공정하냐고요 ?  글쎄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소한 살인과 폭력같은 불법 행위을 저지르지는 않지요.


흠흠. 샤프는 자기나 자기 동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일부 지배계급들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기사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미군들도, 자신들이 피흘리는 이유가 미국의 일부 석유회사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진실은 뭐냐고요 ? 

 

"스컬리, 진실은 저 너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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