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폴레옹의 시대

군인의 헤어스타일

by nasica-old 2008. 8. 5.
반응형

 

최근에 가수 성시경이 군에 입대했습니다.  저는 성시경에게는 별로 큰 관심은 없습니다만, 그의 머리 깎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특히 그 댓글에 '성시경도 머리 깎으니까 전혀 아니올시다다'라는 댓글은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K리그에서 상당한 미남으로 뽑히는 조재진의 경우도, 상무 시절의 사진을 보고는 누가 '조재진도 머리 깎여 놓으니 빡구'라고 비웃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베컴도 빡빡머리일 때보다는, 좀더 젊었을 때 긴 머리를 하고 있었을 때가 더 나아보였지요.  결국, 남자도 아주 짧은 머리는 외모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친구 상무 시절 사진 구하려고 열심히 뒤졌으나 끝내 못찾았음... 제대하자마자 기자들에게 부탁해서 다 지웠나 ?)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고대 그리스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스파르타의 정치사회 제도를 확립했다는 전설적인 인물 리쿠르고스입니다.  이 양반은 긴 머리를 하면, '미남은 더욱 잘 생겨보이고, 추남도 더욱 무섭게 보인다'라며 긴 머리를 기를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래서 페르시아의 대왕 크세륵세스는, 테르모필라에의 험로에서 영화 '300' 촬영을 기다리는 스파르타의 병사들과 맨 처음 맞닥뜨렸을 때, 그 스파르타 병사들이 '머리를 빗고 있는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어리둥절했습니다.  결전을 앞두고 꽃단장하면서 헤어스타일이나 신경쓰고 있는 모습은, 그 용맹스럽다는 스파르타 병사들의 명성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때 동행했던 망명 스파르타인이 '머리를 가꾸는 것은 전투를 앞둔 스파르타 병사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라고 설명을 해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뒤 시대에 나타난 알렉산더 대왕은 그와는 다른 생각을 했나 봅니다.  그는 '긴 머리는 백병전에서 머리끄댕이를 잡힐 수 있으므로' 불리하다고 하면서, 병사들에게 가급적 짧은 머리를 할 것을 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다들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

 

 

(게다가 부하들은 깎게 하고 지는 길러 ?)

 

아무튼 그 뒤를 이은 로마 시대나, 중세, 근대에 이르기까지, 스포츠 머리를 한 병사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각 부대의 특성에 따라 여러가지 특색있는 다양한, 주로 긴 헤어스타일이 유행했습니다.

 

가령 dragoon, 즉 용기병들은 자신들이 용기병이라는 표시로서 cadnettes라는 독특한 형태의 옆으로 땋은 머리를 하고 다녔습니다.  사실 이건 용기병 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경기병(husaar) 부대에서도 이런 헤어스타일을 공유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친위대, 흔히 Old Guards라고 불리운 정예 부대원들은 당시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체에서도 최정예 부대로 알아주는 부대였습니다.  이 부대에 뽑히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른 부대에서 4년 이상 복무 경험이 있어야 했고, 대규모 실전 경험이 최소한 2번은 있어야 했습니다.  당연히 키에도 제한이 있었는데, 최소한 5피트 6인치, 즉 167 cm는 되어야 했습니다.  너무 작다고요 ?  지금이야 한국인 표준 키에도 미치지 못하는 키지만, 이때부터 50년 정도 뒤인 남북전쟁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영양 상태가 좋았던 미군 병사들의 평균 신장도 이 정도 밖에 안되었다고 하니까, 아마 당시 유럽에서는 꽤 큰 키였나 봅니다.

 

아무튼 이 최정예 부대인 Old Guards의 특징은 머리 모양보다는 수염이었습니다.  이들은 대개 북실북실한 멋진 콧수염을 길렀습니다.  이 콧수염 역시, 다른 프랑스 보병 부대에서도 많이 모방했었습니다.

 

 

 영국 육군은 어땠을까요 ?  영국군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인 큐(queue)에 대해서는 이미 썼었지요.    "영국군은 레드를 입는다"http://blog.daum.net/nasica/4895146 )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영국 해군은 또 나름대로 독특한 헤어스타일인 pigtail (돼지꼬리)이라는, 길게 땋은 머리를 길렀습니다.  사실 당시의 영국 해군 병사는 해군 병사라는 이미지보다는 거친 선원이라는 개념이 더 강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뭐 군복이라고 정해진 것도 없었으므로 (영국 해군 최초의 군복은 1850년대 후반에나 나왔답니다), 나름대로 긍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pigtail을 애지중지 했습니다.  대개 고참 수병일 수록 더 길게 머리를 길러 정성스럽게 땋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땋은 머리는 어떻게 감았을까요 ?  하, 육군 병사들도 잘 안감았는데, 물도 없고 훨씬 더 힘든 생활을 했던 수병들이 감았겠습니까 ?  이들은 대개 목욕도 거의 하지 않았고, 수병들이 거주하는 군함 하갑판에서는 항상 온갖 악취가 감돌았다고 합니다.

 

  

(이 영국 수병의 그림에는 아쉽게도 pigtail이 안보이네요.)

 

이렇듯이, 전통적으로 모든 군대에서는 긴 머리가 훨씬 더 유행했었는데, 어쩌다가 요즘 군대는 다 그렇게 빡빡머리를 선호하게 되었을까요 ?  아무래도 처음에는 위생 측면에서 짧은 머리를 했다가, 그것이 전통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빡빡 깎은 스포츠형 머리를 영어로는 crew cut 이라고 합니다.  즉 선원들의 헤어 스타일이라는 거지요.  위에서 보았듯이, 정작 선원들은 빡빡머리를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

 

그 기원은 미국 예일대의 조정 경기팀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1890년대 예일대의 조정팀원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경기를 했는데, 그것이 인기를 끌어 그 이후 몇십년간 예일대 조정팀은 계속 스포츠형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이 헤어스타일이 미군에 채택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였다네요.

 

요즘 미군의 머리 모양은 한국군과 같은 평범한 스포츠형은 아닙니다.  또 유럽 축구 선수들처럼 완전 빡빡머리도 아니지요.  머리 위만 좀 남겨두고 옆둘레를 싹싹 밀어놓은 이 스타일을 미군 이발소에서는 'top and tight'라고 부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