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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노점상과 탈세, 그리고 투표 이야기

by nasica-old 2008.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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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는 글을 2개 올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다보니 다음과 같은 사진이 나오더군요.

 

 

 

 

제 아무리 금수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최소한의 생존 수단, 즉 밥벌이를 빼앗기고 울고 있는 할머니 모습을 보고 고소해하는 사람은 설마 없겠지요.  (만약 있다면... 에이 관둡시다.)

 

그렇다면 할머니를 저렇게 만든 저 공무원(공익?)은 정말 나쁜 사람들일까요 ?  아닙니다.  사실 뭐 저들이라고 저걸 재미삼아 하겠습니까 ?  저들은 그저 국가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저들의 행동은 옳습니다.  국가 권력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다 제각각 개인의 자유재량에 따라 행동한다면 나라 꼴이 뭐가 되겠습니까 ?  다만 저 과정에서 부당한 폭행이나 폭언은 없었어야지요.

 

그렇다면 저들에게 저런 행동을 하라고 한 국가가 나쁜 건가요 ?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기 전에 먼저 저 할머니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저 할머니는 분명히 법을 위반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습니다.  불량식품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공공도로의 불법 점거겠고, 또 가장 근본적인 피해는 바로 탈세입니다. 

 

탈세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을 겁니다.  어차피 저렇게 떡볶이 팔아서 벌이가 많지는 않았을테니, 사업자 등록을 했다고 해도 과세 대상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 할머니가 판 떡볶이 때문에, 그 근처에서 상가 월세를 내고 국가에 세금도 내는, 제대로 된 (?) 음식점 주인들은 간접적인 피해를 보게 됩니다.  할머니 떡볶이를 사먹은 사람들은 근처 상가에서 뭘 더 사먹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저 할머니는 근처 X가네 또는 X구정 떡볶이 주인들에게, 혹은 더 나아가서 맥X날드나 X포만두 주인들에게도 잠재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간접적 피해자들...)

 

결국 할머니가 나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가 되네요.  그런가요 ?   일단 그렇다고 치지요.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법을 어기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가령 시내에 있는 3층 ~ 5층짜리 상가들 많쟎아요.  그런 건물들 중에 일부는 공공택지를 일부분, 아주 약간 침탈해서 점유하고 있는 건물 꽤 많습니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이 득달처럼 달려들어서 영업 중인 상가 건물을 부셔버리지는 않지요.  (대개 자산관리공사에서 임대 계약을 체결합니다.)  또 기업이건 개인이건 탈세하는 경우 많습니다.  그렇다고 세무서 직원들이 재벌집 안방에 쳐들어가서 수갑을 채우거나 세간살이 마당에 내던지거나 하는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습니다.  전 재벌들이 저 할머니처럼 공무원들에게 당해서 정말 서럽게 우는 거 본 적이 없습니다.

 

 

(탈세 및 재벌의 눈물에 딱 어울리는 사진을 찾다보니, 이 그림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  제목도 '행복한 눈물'입니다.  이것하고 탈세하고 무슨 상관있냐고요 ?  흠...) 

 

뭐 거기까지도 좋다고 하지요.  세상에서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부패지수가 꽤 높은 나라쟎습니까 ? 

 

생각해보면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저런 모습 거의 못본 것 같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다 준법 정신이 투철해서 저런 모습이 없나보지요 ?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미국에 범죄자 무지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왜 저런 모습이 없을까요 ?  걔들이야 국가에서 최소한 푸드 쿠폰이라도 나눠주지 않습니까 ?    (생각해보면 미국에도 노점상은 있는 것 같던데, 일단 그냥 따지지 말고 넘어가 주셈.)

 

 

 

(이게 언제적 쿠폰이냐...?) 

 

결국 국가가 가난한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가난한가요 ?  가난하지요.

 

전에 KBS인가 MBC인가에서, 필리핀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의 오염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강의 오염은 화학물질 때문이 아니라, 도심 강변에 빽빽히 늘어선 불법 판자집에서 그대로 강으로 쏟아내는 분뇨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그 강 오염의 근본 문제는 필리핀의 대형 농장 문제더군요.  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했는데, 점점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결국 대부분의 농장은 일부 부호들이 독점해서 대형화되었고, 농토에서 쫓겨난 빈민들이 날품팔이라도 하려고 도시에 모여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런 노점상 단속 문제도 비슷한 관점에서 보면 좀 억지일까요 ?

 

전에 종부세 없앤다고 왈가왈부할 때, 그럼 종부세 없애고 난 뒤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어디서 줄이나 하는 문제도 제기되었습니다.  뭐 종부세 내시는 분들이야 (저는 종부세 안냅니다) 쓸데없는 공무원들만 짤라도 그 정도는 줄인다고 하셨지만, 뭐 쓸데없는 공무원들도 자기 자리 보존에는 재주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안 짤립니다.  예전에 KBS의 김원장 기자라는 분이 라디오에서 '결국 사회 안전망에 지출되던 걸 줄이지 않겠냐'라고 말씀하시던대, 결국 그대로 되었습니다.  이번에 여당과 야당이 쌈박질하는 걸 보니 그 문제로 싸우더군요.

 

결국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에 눈에 띄는 변화는 상위층의 세부담을 줄여주고, 정부 도움으로 먹고살던 계층에 대한 보조를 줄인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나쁜가요 ?  글쎄요, 요즘 유럽 쪽 동향도 그런 쪽으로 가고 있으니 사실 이명박 정권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겠지요. 

 

게다가, 이명박은 분명히 우리가 뽑은 적법한 정통성있는 대통령입니다.  우리 국민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 이명박이 그런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라고 뽑은 것 아닌가요 ?   어떤 분은 이명박이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하시던데, 그건 좀 무책임한 태도라고 봅니다.  돈 백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해도 결국 자기 책임인데, 국가 중대사를 놓고 투표를 해놓고 (또는 투표를 안해놓고) 그런 말을 하며 남탓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권영길 찍었습니다.  민노당에서 대통령이 나와도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도 민노당 같은 정권에 표를 던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어요.  저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데모를 할 생각도 없고, 재 재산을 빈민들을 위해 내놓을 생각도 없습니다.  (아주 쥐꼬리만하게 기부같은 것은 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쥐꼬리만합니다.) 

 

 

 

(솔직히 이 양반이 대통령되면 좀 문제가 될 것 같기는 하더라...) 

 

그래도, 저런 할머니가 왜 길바닥에서 우셔야 하는지, 왜 그런 분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는지, 과연 우리 국민들이 저런 결과를 감내하고 이명박을 찍은 것인지, 한마디는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좀 최소한 국민들이 투표는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생각 좀 하고 했으면 좋겠어요.  가령 강남 타워 팰리스에서 사시는 분은 당연히 종부세 안내는 방향으로 투표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건 생각 제대로 하시는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종부세 내는 집안은 전체 가구의 2%라는데, 어떻게 그 많은 분들이 이명박을 찍었는지 도통 이해가 안갑니다...

 

일단 종부세가 일부 위헌, 일부 합헌 결정이 났으니 종부세에 대해 더 왈가왈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이젠 바꿀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제 개인적인 목표도 종부세 한번 내보는 것입니다. 전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요.    


하지만 사회적 약자 (그게 사정이 있어서이든 누구 주장대로 게으르고 무능력해서이든) 들도 최소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장치는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돈은 부자들이 내야 합니다. 그래야 결국 부자들도 안심하고 그들의 부를 즐기며 살 수 있습니다. 생존이 위협받는 수준으로 가면 사람은 무슨 일이든 다 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죽고, 도시가 불타고, 왕조가 바뀌는 것이 다 그런 이유에서 일어난 것 아니겠습니까 ?

 

테러 방지를 위해서 미국처럼 군사비에 돈을 쓸 수도 있고 유럽의 일부 국가들처럼 제3세계 원조에 돈을 더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쪽인가요 ? 저는 현재 방식대로 가면 에스원 주가가 향후 전망이 꽤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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